광화문 히피
김종우 | 입력 : 2015/09/10 [23:06]
1960년대 중반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원에 긴 머리에 긴 부츠를 신고 기타 하나 울러 메고 탈 사회적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물질 문명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의 행복이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니 생각도 행동도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분방 했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하나 둘 공원을 중심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등 세계 각국으로 급속도로 번져 나갔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히피족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생겨난 부산물이지요. 경제 불황으로 생겨난 부산물이 있습니다. 노숙자입니다. 경제적 빈곤으로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입니다. 과거에 노숙자들이 기거 하는 곳은 주로 공원이나 지하철역, 또는 지하도 등이었습니다. 요즘은 이들에 대한 봉사단체들의 지원이 이어져 지원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우연히 광화문 지하도에서 온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 노숙자를 보았습니다. 스치로폴을 깔고 비행기안에서 덮는 담요를 덮고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는 통행인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자는 모습이 히피족 같이 자유인은 아닌 것 같아 보였습니다. 노숙자의 형태도 세월 따라 변하는 것 같습니다. IMF때에는 공원에서 본 노숙자들은 아예 그 안에 텐트를 치고 빨래를 해 널고 지냈습니다. 웅기 중기 모여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소주 파티를 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들 노숙자들의 모습에서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언젠가 이 같은 생활을 청산하고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보였습니다. 모두가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었지만 의연하게 견뎌내는 모습에서 희망과 믿음이 보였습니다. 흔히들 육체가 멀쩡한데 무엇을 걱정하는가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정신입니다. 정신을 놓으면 공원이나 지하도에서 하루 종일 깨어날 수 없습니다. 육체와 정신은 버려두면 녹 쓸고 녹 쓸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녹 쓸지 않은 사람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나의 존재감을 늘 확인합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도 주눅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를 초라하게 몰고 가는 사람을 위해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축복 받은 인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뜨거운 가슴으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히피처럼 살아 가는 것이 축복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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