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칼럼] 모든 것은 인과응보. 문제는 박대통령 자신이다.김형회,"모든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길 밖에 없다"-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모든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길 밖에 없다. 문제는 대통령 자신.-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벌집을 쑤신 듯 온 나라가 혼돈에 빠져있습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70년 가까이 여러 정권을 두루 봐 왔지만 이런 어이없는 ‘막장 드라마’는 처음 봅니다. 애국심이 넘치는 ‘꼴 보수’들이 아무리 나라자랑을 한다 해도 21세기 오늘 대한민국의 실상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로 이 모양, 이 꼴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어지럽습니다. 뇌혈관환자처럼 현기증이 몹시 심합니다. 멀쩡한 천장이 빙글빙글 돌아 정신을 차리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난마(亂麻)처럼 얽히고설킨 사건의 진상은 과연 무엇인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터져 나옵니다. 급기야 수만 명의 성난 시민들이,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거리로 나오는 사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비싼 옷 입고 손 흔들던 대통령에게 ‘하야’니 ‘탄핵’이니 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고약한 말조차 마구 쏟아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콘크리트’라던 대통령의 입지가 백척간두에 섰으니 바야흐로 지금 이 나라는 ‘진짜 비상’에 접어들었음이 분명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힘없는 야당에게는 아침저녁 온갖 험담을 퍼붓고 권력에는 굽실대며 비굴한 보도를 일삼던 해바라기 언론들은 재빨리 카멜레온이 되어 의혹 퍼뜨리기에 혈안이 된 모습입니다. 바야흐로 블랙홀(Black Hole)이 된 ‘최순실’이라는 요망한 이름 석 자가 국가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어느 순간 대통령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단(事端)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박 대통령이 가짜목사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의 주술(呪術)에 걸려 있음이 틀림없다”고 단언합니다. 어머니 육영수여사가 비명에 갔을 때 “꿈에 육여사가 나타나 내 딸을 도와주라”고 했다는 최태민의 황당한 편지에서부터 악연이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박 대통령이 무엇에 쓰인 것 같다”며 서슴지 않고 말합니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사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발언 중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혼이 비정상”이니 “온 우주가 도와준다”느니 보통사람이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이해가 쉽지 않은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모호한 말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러니 듣는 이들이 어리둥절,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요. 1977년 김재규 중정 부장이 “영애를 최태민으로부터 떼어 놓아야 한다”고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를 하고 1990년 근령, 지만 두 동생이 “최태민으로부터 언니를 구해달라”고 노태우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낸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의 관계가 계속되자 동생 지만이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고 탄식했다는 의미 있는 일화도 그를 뒷받침 합니다. “2년 안에 북한이 망한다”는 예언을 듣고 쉬지 않고 김정은을 거세게 공격하고 개성공단 폐쇄 같은 초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취해온 것 역시 최순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 이유입니다. 2007년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를 놓고 경선을 벌일 당시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가 “최태민이 인격형성기에 있는 박근혜양의 몸과 영혼(Body and Soul)을 완전히 통제했다”고 본국에 비밀보고서를 보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 “그 결과 최태민의 자녀들이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도 했다지 않은가. 이름을 일곱 번이나 바꾸고 부인을 여섯 명이나 거느렸었다는 ‘무슨 종교’의 창시자였다는 최태민은 베일에 가려진 의문의 인물이었습니다. 20세기 초 제정 러시아왕실에 들어 가 온갖 음행(淫行)으로 로마노프 왕조를 몰락시킨 요승(妖僧) 라스푸틴의 판박이가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70년대 최태민과 근혜양의 이상한 소문이 나돌 때 박정희 대통령의 가까운 인척으로 정계의 실력자였던 한 정치인에게 “대체, 최 목사가 누군데 그러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시중에는 영애와 최목사가 특별한 관계라는 소문이 한참 나돌고 있었습니다. 정치인은 “그 사람 나이가 60이 넘은 사람인데 그러네, 들…”하며 몹시 난감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도 소문을 들었는지 “나에게 아이가 있다고 한다는데 데려와 보라”고 버럭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그 더러운 소문이 몹시 언짢을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언론들이 홍수처럼 쏟아내는 기사들은 일정부분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추측과 추측에 살이 붙고 억측이 다시 억측을 재생산하며 과장되기도 하고 사실이 아닌 것이 정설(定說)이 되어 돌고 도는 것이 비뚤어진 우리 사회입니다. “누가 누구하고 뭘 했고, 그 뒤에 또 누가 있다더라”…, 이 얼마나 재미납니까. 지금 사건의 중심에는 ‘최순실’이 있습니다. 그는 온갖 비리의 한 가운데 ‘악의 화신’이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 모든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입니다. 최순실이 아무리 무슨 짓을 했다 해도 그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 불행한 일련의 사태는 최순실도 아니고, 우병우도 아니고, 문고리 삼인방도 아니고 바로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볼 때 이번 사건은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고 ‘박근혜 게이트’라고 함이 맞습니다. 박 대통령은 민심을 모르는 듯합니다.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박수치는 조작된 관제(官製) 민의에 도취해 손 흔들고 “국민들이 나를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착각한 것입니다. 거기에 언론들이 콘크리트 지지층이니 뭐니 말을 만들고 “오늘은 빨강 재킷을 입어 더 어울린다”며 낯간지러운 발언들을 일삼으니 대통령이 착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난한 서민들이 희망을 잃고 자살하는 사람이 한해에 1만5000명인 나라에서 대통령은 아나운서의 철없는 칭찬에 도취해 옷 자랑을 일삼으니 언제 민심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다보니 2013년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나러 영국에 갔을 때 진흙탕에 나자빠지는 망신을 당한 것 아닙니까. 인터넷 검색창에 ‘박근혜 패션’을 치고 ‘이미지’를 누르면 취임 후 박 대통령이 새로 맞춰 입은 수백 벌의 색색가지 명품 옷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옵니다. 국민들은 어머니 같은 일 잘하는 대통령을 바랐지, 허영에 찬 대통령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풍선 터지듯 사태가 이 모양이 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위기를 넘기는 것은 대통령 자신의 몫입니다. 정직하게,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러지 않고 시나리오나 만들어 ‘꼼수’를 쓰려고 하다가는 정말로 ‘큰일’이 납니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외적인 공작정치를 얼마나 많이 했습니까. 툭하면 “북 도발이요” “종북이요” “아베요”를 ‘전가의 보도(傳家寶刀)’처럼 써 먹었지 않았습니까. 지금 박 대통령은 완전히 신뢰를 잃었습니다. 정치적으로 회복불능의 ‘식물인간’이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도 피해자”라느니, 뭐니, 참모들이 유체이탈식 변명을 해봤자 비웃음만 살 뿐입니다. 콘크리트 지지층인 영남과 50~60대 노년층도 사태가 기울면 등을 돌립니다. 인과응보입니다. *사족(蛇足). 지금 온 국민의 ‘혼이 비정상’이 되었습니다. 제발 ‘우주가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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