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제45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주요 동인은 자국 우선의 국가주의와 백인 중.하계층의 불만, 민주당의 8년 집권에 대한 권태 등에서 나왔다. 거기에 힐러리 클린턴의 신선한 이미지 형성 실패도 지적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보수적인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자신은 억만장자이면서도 서민경제를 내세우면서 공격적인 정부의 경제운용을 내걸었고, 진보적인 민주당의 힐러리는 기득권 부유층이란 딱지를 떼지 못하고 부도덕한 정치인의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트럼프 당선자는 9일 대선승리연설에서 국민화합과 국제적 공정성을 언급하는 정치적 레토릭과 함께 구체적인 시책방향으로는 유일하게 “인프라의 투자로 경제발전과 고용증대”를 약속했다. 선거공약과 맥을 같이하는 선언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정방향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시장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표방해온 보수 공화당의 노선과 상충하기도 하고, 그의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트럼프는 존경과 박수를 받고 등장하는 지도자라기보다 경멸과 우려로 먹칠을 하면서 오불관언의 투지로 예상밖 승리를 쟁취한 인물이기 때문에 앞길이 평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화합의 정치보다 밀어부치는 스타일임은 잘 알려져 있다. 선거과정에서도 트럼프는 두꺼운 저항세력을 스스로 키웠다. 거친 언행으로 지성인들의 반감을 일으켰고, 소속한 당내의 반목에도 직면했으며, 언론의 비우호적인 시각도 불러모았다. 따라서 그가 의회와 언론, 여론의 높은 벽을 극복하고, 비호감을 씼으면서 “위대한 미국”을 이끌 지도자가 되는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제의 종주지만, 대통령은 의회의 치밀한 견제와 언론의 투명한 유리천장, 참모진을 포함한 거대한 정부조직, 지방분권, 300여개의 싱크 탱크, 그리고 무엇보다 예민하게 영향을 미치는 여론 등을 거스를 수는 없다. 대통령의 권한이 방대하여 최고지도자의 정치철학과 시정방향이 미국, 나아가 세계의 정치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위에서 열거한 기관들의 동의와 협의 없이 전횡을 휘두를 수는 없다. 따라서 정치의 신인 트럼프가 비슷한 처지로 대통령에 올랐던 카터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루즈벨트의 전 대통령의 뉴딜같은 인프라(infrastructure), 즉 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의 대규모 확충계획은 부동산과 건설업에 익숙한 트럼프로서는 경기부양과 고용증대를 위해 퍽 구미가 당기는 분야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시장개입이 대세라고 하더라도 시장주의에 경도돼 왔던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케인즈주의의 본류인 정부주도의 개발을 주도하기는 부담이 될 것이며, 입법과정을 거쳐야 할 계획과 예산을 위해 기반이 없는 의회를 설득하는 일도 난제 중의 난제일 것이다. 국제질서와 세계경제에 대처하는 정책도 선거과정에서 내뱉은 거친 언급에서 훨씬 순화된 입장으로 선회하지 않으면 국제적인 지도력의 상실은 물론, 큰 저항까지 부를 것이다.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이나 FTA를 손보려는 의도, 인종주위적인 발언 등은 정부 내에서 조율과 조정이 많이 이뤄지리라 예상된다. 지구촌 리더십의 일정한 철회를 감수한다치더라도 그토록 나이브한 외교는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새 대통령이 바로 인식해야 미국과 세계가 조용하고 편안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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