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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벌만 면세점이 가능한가! 소상공인에게도 許하라"

[세종칼럼]재벌들만을 위한 대형 면세점 정책 폐지하고 소상공인 위한 미니 면세점 정책 필요"

민경중 대표기자(한국외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16/12/18 [09:48]

"왜 재벌만 면세점이 가능한가! 소상공인에게도 許하라"

[세종칼럼]재벌들만을 위한 대형 면세점 정책 폐지하고 소상공인 위한 미니 면세점 정책 필요"

민경중 대표기자(한국외대 초빙교수) | 입력 : 2016/12/18 [09:48]
 

[세종칼럼= 민경중 대표기자(한국외대 초빙교수)]

재벌,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면세점 대전’이 17일 끝났다.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 등 이른바 유통 빅3는 웃었고 HDC신라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패전의 멍에를 쓰게 됐다.

 관세청은 17일 보세판매장특허심사위원회를 통해 서울지역 면세점 3곳과 서울·부산·강원 지역의 중소·중견기업 사업장 3곳 등 총 6개 사업자에 대한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형식적으로는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탑시티 면세점(서울), 부산면세점(부산), 알펜시아(강원)도 선정됐지만 사실상 끼워넣기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들은 매출규모나 매장인테리어면에서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관세청,위법사실 드러나면 취소한다지만....

 관세청은 아직 특별 검사팀에서 수사 중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 중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로 ‘즉시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 논란 속에서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돈을 대고 면세점 사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그렇다면 면세점허가를 따내기 위해 재벌 총수까지 나서 대통령 앞에서 로비를 하고 마치 그룹의 사활이 걸린 것처럼 올인을 할까?

 재벌 후계자·성장동력·부동산 3가지 키워드로 이유를 살펴 볼 수 있다.

 첫째는 재벌후계자들의 자존심 싸움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탈락하기는 했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7월 정몽규(55)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잡고 서울 시내면세점을 신규로 따냈다.

 한화 김동선(26·김승연 회장의 삼남)차장, 두산 박서원(36·박용만 회장의 장남) 전무, 신세계 정유경(43·이명희 회장의 장녀) 총괄사장도 면세점 사업의 전면에 나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이 대부분 3세, 4세 경영 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선대의 창업자 정신은 사라지고 재벌 그룹 후계자들은 면세점 사업이나 명품 브랜드와 사치성 소비재 수입 등 쉽고 편한 돈벌이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성장 정체속에서 손쉬운 사업이 면세점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재벌그룹 후계자들은 쉬운 사업에 관심이 많으면서 벌이도 짭짤하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면세점의 추정치 매출은 12조원으로, 1980년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개설 한 이후 처음으로 36년만에 최고기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 본점의 지난해 매출만 해도 2조2284억원, 신라면세점은 1조3206억원이었다고 한다. 노사 문제, 기술개발 투자 같은 골치아픈 제조업보다 글로벌시대에 해외관광객을 상대로 명품 판매를 통해 기업이미지 제고와 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는 점은 재벌 후계자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매력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이보다 더 좋은 부동산 투자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발표의 특징은 강북권에 집중됐던 대형 시내면세점이 강남에 잇따라 들어서게 된 것이다.

 현대면세점은 삼성동 코엑스몰 근처, 신세계디에프는 반포 센트럴시티, 롯데는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입지를 내세워 면세점 강남시대를 열었다.

 특히 높이 555m, 123층의 국내 최고층빌딩인 롯데월드타워점은 지난해 2차 면세점 대전 때 사업권을 잃었다가 이번에 면허권 획득에 다시 성공하며 강남지존의 명예를 되찾게 됐다.

 뒤늦게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연승을 거둔 신세계디에프는 올 7월 획득한 코엑스몰에다 스타필드 하남-반포 센트럴시티로 이어지는 거대한 강남 유통벨트를 형성하게 됐다. 부동산 가격 가치 상승은 필수다.

경제 파급 효과 과연 클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면세점이 늘어난다고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정부나 재벌들이 내세운 명분만큼 얼마나 효과를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의혹의 중심에 관세청이 자리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5월과 11월의 1·2차 면세점 대전 때 중복투자와 과당경쟁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3차 면세점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슬그머니 올 4월 관광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고 신규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며 면세점을 확충하겠다고 돌연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면세점선정에서 탈락한 롯데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70억을 기부한 것도 석연치 않다. 또 올 초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결과가 관세청의 태도를 바꾸게 한 결정적 이유로 검찰과 특검팀은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은 정확하게 관세법상 특허면세점(보세판매장)과 지정면세점으로 나뉜다.

 특허면세점(보세판매장)은 외국으로 반출하거나 관세의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자가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면세점(이하 “면세점”이라 함)을 말한다. 규제「관세법」 제196조제1항)

 지정면세점은 국제자유도시 개발에 필요한 자금조성을 위해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와 지방공사가 운영하는 면세품판매장으로서 제주자치도를 관할하는 세관장이 지정·고시하는 면세품판매장을 말한다(「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70조제1항제4호가목 및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27조제1항).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은 왜 꼭 면세점은 신고제가 아닌 특허제로 대기업들만의 전유물이어야 하는가 라는 문제다.

일본의 미니 면세점은 작은 시골에도 있어

 가까운 이웃 일본은 미니 면세점 정책으로 전국 주요 관광지의 소규모 상점이 매출 증대효과를 누리는 미니 면세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올 초에 일본에 가서 놀란 것은 면세점이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 가도 시내 상가에 미니 면세점이 많이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화장품이나 심지어 이른바 일본 쇼핑 필수 아이템으로 불리는 ‘동전파스’도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현장에서 즉시 세금을 환급해주는 소규모 점포들을 만날 수 있다.

 

 2015년 기준 단체관광(26.2%)보다 개별관광(67.9%)의 비중이 더 높고 재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증가(2011년 39.2%→2015년 46.1%)하는 등 방한 외국인의 여행 행태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왜 서울 중심가에만 단체 관광객을 겨냥한 면세점 형태가 들어서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여행자들을 위해 전국 관광지 작은 시골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상공인들이 운영하는 한국형 미니 면세점은 외면한 채 5년마다 특허주는 재미에 맛들인 정부의 정책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미 드러났듯이 일부 관세청 직원 6명이 지난해 면세점 허가과정에서 한화가 선정될 것이라는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한 사실이 밝혀져 기소됐다.

관세청이 칼자루를 놓지 않는 이유의 전부이자 ‘갑질’의 전형적 형태이기도 하다.

정부가 유독 노동자들에게는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거나 해고를 쉽게하는 고용 조건 완화같은 규제를 각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벌 입맛에 맞게 풀려고 하면서 재벌들과 짬짜미를 하는 사업은 놓지 않으려는지 우리는 그 배경을 이 사건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미니 면세점에 외국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사진=오사카 민경중기자

 일각에서는 태국의 킹파워나 일본 미쓰코시처럼 신고제로 자유롭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그러나 ‘면세점이 난립할 경우 밀수와 탈세, 대리 구매를 막을 수 없다’거나 ‘저가상품과 위조품 판매’를 불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고 위조품 판매가 드러날 경우 소상공인들도 신뢰도가 추락한다는 점에서 시행도 해보기 전에 우려하는 것은 대기업들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외국 유명 브랜드들만 웃고 있다.

 또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효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면세점 송객수수료는 47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관세청 등의 자료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체 면세점 매출액 대비 8.3%를 고객 유치에 따른 대가로 여행사 등에 지불한 셈이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제품을 유치하기 위해 면세점끼리 벌이는 과열 경쟁은 외국브랜드 업체들의 콧대만 높게 하고 배부르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면세점 대전은 끝났지만 ‘승자의 저주’ 법칙에 따라 오히려 재벌들의 자승자박이 될 수 도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따른 양국 간 관계악화 속에서 단체관광객 송출을 줄이고 있고 일본 관광객들도 한국을 찾는 비율이 예전 같지 않다.

 따라서 현재 재벌들의 머니게임장으로 변질된 면세점 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그 출발점은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 정권과 재벌들의 검은 거래가 드러나는 시점이 될 전망이 유력하다.

 재벌들이 면세점 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맘 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검수사팀은 국민들 앞에 단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재벌들의 특혜 여부를 꼭 밝혀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국민이 내리는 준엄한 명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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