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이 권순일 전 대법관의 화천대유 고문료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월 2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가 대법관 퇴임 두 달만에 고문으로 들어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에서 그에게 얼마만큼의 보수를 주었는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가 대법관 때인 지난해 7월 이재명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무죄취지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면 이재명 지사는 지사직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그는 정계에서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러나 권순일 전 대법관이 5대 5로 찬반이 팽팽했던 상황에서 무죄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이재명 지사의 오늘날이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재명 지사에게 권순일 대법관은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자신이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간 것은 아는 기자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대법관 출신이 이름도 없는 작은 회사에 고문으로 간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문직을 수락한 것은 고문료가 많다거나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문이라는 것은 사실상 하는 일 없이 이름만 걸어두는 경우가 많다. 그가 화천대유의 고문으로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00만원의 고문료라면 사실상 사후 뇌물의 성격이 아니겠는가 하고 의심을 갖고 있는 국민이 많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1원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만약에 화천대유가 이 지사를 대신해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해 그처럼 거액의 고문료로 주었다면 그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이재명 본인이 직접 1원도 안 받았다는 주장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조속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