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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돌, 독도에서 노래를 만나다

독도, <홀로아리랑>에서 <독도의 사랑>까지 (2)

이정식 | 기사입력 2014/03/31 [08:22]

한돌, 독도에서 노래를 만나다

독도, <홀로아리랑>에서 <독도의 사랑>까지 (2)

이정식 | 입력 : 2014/03/31 [08:22]

그는 독도에 가고 싶었다. 독도에 가서 노래를 만나고 싶었다.

1989년 4월, 한돌은 울릉도의 ‘푸른 독도 가꾸기 모임’ 회원들과 함께 독도에 나무를 심으러 갔다. 1988년 9월과 10월에 이은 세 번째 독도 방문이다.

처음 독도에 간 것은 1988년 9월, KBS 신년(1989년) 다큐멘터리를 위해서였다. 생전 처음으로 리포터를 해봤다. 돌아와서는 이 다큐멘터리의 배경음악을 만들어서 주었다.
처음에 독도 다큐멘터리 리포터로 PD의 제의를 받았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독도였기 때문에 제의를 받아들였다. 어려서부터 어렴풋이 그리워만했던 독도와의 첫 상면은 그렇게 이뤄졌다.
그 뒤로 그는 1993년까지 매년 두 차례씩 모두 12번 독도를 방문했다.

‘푸른 독도 가꾸기 모임’ 회원들이 모두 울릉도로 돌아가고 한돌은 2박 3일 예정으로 조씨 성을 가진 젊은 똑딱선 선장과 단 둘이 독도에 남았다. 섬 아래 어부들을 위해 지어놓은 조그만 2층 콘크리트집이 숙소였다.

이튿날 오후부터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거센 바람 때문에 숙소 밖으로 나다닐 수가 없었다. 선장은 집밖에 나갈 때면 10킬로그램짜리 아령을 양손에 들고 나갔다. 바람에 몸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 독도 나무심기에 참여한 한돌 (1989년 4월)

갇혀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식량난도 생겼다. 갈매기 알을 주워다 삶아 먹기도 했다. 크기는 달걀만 했다.
삶은 갈매기 알에 체했는지 넷쨋 날 오후부터 배가 살살 아파왔다. 용변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바람 때문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경험 많은 조 선장이 ‘이럴 때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방 한구석에 신문지를 깔아줬다. 볼일보고 잘 싸서 창밖으로 잽싸게 던져버리면 된다는 거였다.

선장의 말대로 했다. 잘 싸서 창문을 열고 힘껏 던졌는데, 이게 웬일인가?
신문지만 밖으로 ‘휙’ 날아가 버리고 내용물은 던진 사람에게 되돌아왔다. 얼굴에 자기의 똥을 그대로 뒤집어 쓴 것이다. 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씻을 물도 없었다. 수건으로 대충 닦은 다음 문을 살짝 열고 거센 바람에 얼굴을 씻어보기도 했지만 냄새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그날 밤 찜찜한 상태로 촛불을 켜놓고 무심코 벽에 붙어있는 우리나라 지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무엇이 있었다.
“내 나라의 허리를 낫게 해 주는 혈(穴) 자리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독도가 아닌가!” 그러면서 자꾸만 ‘아리랑’이 떠올랐다.

몇 년 전 독도 노래를 만들어 달라며 자신을 찾아왔던 대학생 독도탐사대원들도 생각났다. 그들은 그 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뗏목 탐사를 마쳤다고 했다. 다음번엔 제주에서 독도까지 가겠다고 했었다.
“그래 제주에서 뗏목을 띄운다면, 두만강에서도 누군가 뗏목을 띄워야지.”
그런 생각 속에 이런 노랫말이 떠올랐다.

백두산 두만강에서 배타고 떠나라
한라산 제주에서 배타고 간다
가다가 홀로섬에 닻을 내리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이해보자

가사의 홀로섬은 독도를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남북이 독도에서 만나는 장면을 셋째 절로 하고 둘째 절에서는 남과 북이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자. 그리고 첫 절엔 독도의 모습을 그려야지.” 이렇게 노랫말을 3절, 2절, 1절 순으로 지어갔다. 작업이 거꾸로 진행되고 있었다.

금강산 맑은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설악산 맑은 물도 동해 가는데
우리네 마음들은 어디로 가는가
언제쯤 우리는 하나가 될까

후렴부분도 만들어졌다.

아리랑 아리랑 홀로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이튿날 동이 틀 때까지 가사와 씨름을 했다. 그러나 1절 가사는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가사를 완성은 못했지만 2,3절과 후렴이 만들어져 기분은 좋았다.

닷새째 날 아침에야 바람이 잠잠해져 겨우 독도를 떠날 수 있었다. 독도를 떠나려는데 갈매기 떼가 울음소리를 드높이며 배웅을 나왔다. 인사를 하러 온 줄 알았는데, 개중에 흰 배설물을 머리위로 마구 뿌려대는 갈매기들이 있었다. 알을 빼앗긴 갈매기였을까?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울릉도까지 뱃길 8시간. 배안에서 후렴부분(“아리랑 아이랑 홀로아리랑-- ”)의 멜로디가 떠올랐다. 노래가 점차 모양을 드러내고 있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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