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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톈산산맥 초원기행 (9)- 초원에서 황무지로

일곱째날 (7/27), 꿍나이스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길

이정식 / 언론인 | 기사입력 2014/05/07 [07:32]

신장 톈산산맥 초원기행 (9)- 초원에서 황무지로

일곱째날 (7/27), 꿍나이스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길

이정식 / 언론인 | 입력 : 2014/05/07 [07:32]

물 많은 곳에서 물 없는 곳으로

▲ 꿍나이스에서 우루무치로 출발한 27일 아침에 지나온 고갯길

27일 이른 아침, 꿍나이스 천보호텔. 자고 깨니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방들도 똑같았다. 싸이리무호의 산장호텔(용령산장)에선 아침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물이 문제였다.
일행중엔 생수로 대충 세수를 한 사람도 있고 물 티슈로 얼굴만 닦은 사람도 있었다. 겨울이 길기 때문에 연중 호텔이 영업할 수 있는 날이 석달 밖에 안되므로 신장의 시골호텔에서 이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라고 했다.
우루무치까지 갈 길이 멀었으므로 우리는 6시 반에 꿍나이스를 출발해 차안에서 미리 준비한 조그만 빵과 우유로 아침을 대신했다. 그 사이 버스는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올라갔다. 산길이지만 나무는 거의 없고 주위는 온통 초지다.

길기도 한 이 고갯길은 산세 좋고 물 맑고 초지 풍부한 천산산맥의 품을 떠나 메마르고 거친 서쪽 땅으로 가는 초입에 있었다. 물 많은 곳에서 물 없는 곳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고갯길이었던 것이다.

▲ 톈산산맥의 설산

고개위로 올라서서부터는 위-아래 두 줄로 달리는 천산산맥의 중간 평원지대를 한참동안 지났다. 평원지대라고 하지만 벌써 분위기가 우리가 보고온 초원지역과는 사뭇 달랐다. 풀이 드문드문 인색하게 돋아나 있는 건조한 지역의 풍경이 차츰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곳을 준평원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풀이 있어서인지 아직은 말을 끌고 다니는 유목민도 보였고, 평원을 뛰어다니는 마못(몽골에서는 타르박이라고 부르는 초원에 사는 다람쥐과 동물. 다람쥐과 동물중에는 가장 크며 굴을 파고 산다) 같은 동물도 눈에 띄었다.

▲ 유목민의 악수
▲ 마못으로 보이는 동물

가이드는, “중국에서는 이처럼 건조하고 풀을 잘 볼 수 없으나 모래사막이 아닌 지역은 ‘고비’라고 부르고 모래로만 된 지역은 ‘사막’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고비’는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란 몽골말이다.

오래전 몽골의 고비사막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끝없는 모래벌판인 사막인줄 알았더니 마른 풀이 어쩌다 보이는 맨땅이 평탄하게 끝없이 펼쳐져있는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황무지 지역이었다. 모래로만 형성된 지역은 몇 시간을 일부러 찾아가서 비로소 볼 수 있었다. 그 크기도 그리 넓지 않아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고비를 암석사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고비란 말속에 모래사막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고비의 시작. 우루무치로 가면서 서서히 고비의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초원의 나라에서 황무지로

버스는 계속 동쪽을 향해 갔다. 산맥은 점차 낮아지고 있었고 풍경은 점점 삭막해졌다.
천산산맥은 서쪽의 키르기스스탄에서 동쪽의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데, 동쪽은 낮고 서쪽으로 갈 수록 높아지며 이쪽에 고산성 목초지가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가 갔던 곳이 바로 서쪽의 초원지역이었다. 동쪽으로 갈수록 풍경은 황량했으나 수도인 우루무치가 가까워서인지 도로는 잘 닦여져 있었다.

차는 느릿느릿 갔다. 공항까지 하루 종일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차로 달릴 거리는 5백km. 도로가 비교적 잘 닦여져 있어서 우리식으로 계산하면 하루 종일 걸릴 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곳 국도의 경우 사고예방을 위해 속도 제한을 엄격히 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지역은 평균 시속 30km 이상을 내지 못하도록 제한해 놓은 곳도 있었다. 과속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도중에 한 검문소에서 우리 버스의 기사가 차에서 내리더니 문서를 하나 받아갔고 왔다. 그곳에서부터 140km를 3시간 20분에 가라는 문서라고 하였다. 그 시간 이내에 통과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무인측정기로 다 측정이 된단다. 시속 40km 남짓한 속도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갈길은 먼데 버스는 거북이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때문에 고속도로로 진입하기까지는 답답한 운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우루무치로 가는 길목에 있는 훠징(和靜: 화정)의 ‘금홍루반점’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훠징은 고비땅이 시작되는 오아시스 지역이라고 하는데, 건조한 기후 탓에 거리의 가로수에는 모래먼지가 하얗게 앉아있었다.
훠징은 앞서 들렀던 빠인부르크와 꿍나이스 등이 포함된 빠인몽고자치주의 중심도시였다.
과거 러시아 지역에 살던 몽골족(토루구드 부족)이 제정러시아의 통제와 박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18세기 중엽 천신만고 끝에 청나라로 귀환했을 때 청조는 이들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하고 지금의 빠인몽고자치주의 초원을 삶의 터전으로 주었다고 한다.

훠징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고속도로에 올라선지 얼마되지 않아 길이 막혔다. 교통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혹시나 공항에 제시간에 못가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다행히 오래가지 않아 1차선으로 통행이 가능했다. 지나면서 보니 대형 화물차가 앞 차를 들이받은 사고 같았다. 사고 화물차의 찌그러진 앞머리가 길 옆에 서 있는 트럭의 화물칸에 비스듬히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고로 화물차의 운전석 부분과 차체가 분리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루무치로 가는 길에는 대형 트럭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형도 보통 대형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컨테이너 부두에서나 볼 수 있을까 도로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큰 트럭이다. 바퀴가 22개나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나겠다 싶었다. 화물칸에 삼중으로 염소를 실은 대형트럭도 눈에 띄었다.

▲ 염소를 3중으로 실은 화물차
▲ 우루무치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대규모 풍력발전소 단지가 있었다.

우루무치 외곽의 풍력발전소 단지

우루무치로 들어가면서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옆으로 대규모 풍력발전소 단지가 있었다. 넓은 땅을 맘껏 이용하는 듯 발전소 단지의 규모가 대단했다. 

우루무치로 들어가는 외곽, 도로 왼편으로 소금호수도 보였다. 염호(鹽湖, 소금호수)라는 도로표지판이 크게 서 있다. 이곳에서 많은 양의 소금이 생산된다고 하였다.
신장에는 이곳 말고도 애비호라는 커다란 염호가 있는데 우리가 갔던 싸이리무호에서 동북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 우루무치의 야경

우루무치 시내에 들어서니 밤 10시가 거의 다되어 날이 완전히 저물었다.
밤에 본 우루무치의 시내의 풍경은 새로 지은 고층건물이 즐비한 요즘 중국의 다른 대도시처럼 화려해 보였다. (도착 첫날은 밤 0시 넘어 도착하여 공항에서 바로 호텔로 갔으므로 시내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몽골말로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우루무치의 밤 풍경은 가로등과 건물이 뿜어내는 조명으로 나름대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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