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톈산산맥 초원기행 (9)- 초원에서 황무지로일곱째날 (7/27), 꿍나이스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길물 많은 곳에서 물 없는 곳으로 27일 이른 아침, 꿍나이스 천보호텔. 자고 깨니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방들도 똑같았다. 싸이리무호의 산장호텔(용령산장)에선 아침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물이 문제였다. 길기도 한 이 고갯길은 산세 좋고 물 맑고 초지 풍부한 천산산맥의 품을 떠나 메마르고 거친 서쪽 땅으로 가는 초입에 있었다. 물 많은 곳에서 물 없는 곳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고갯길이었던 것이다. 고개위로 올라서서부터는 위-아래 두 줄로 달리는 천산산맥의 중간 평원지대를 한참동안 지났다. 평원지대라고 하지만 벌써 분위기가 우리가 보고온 초원지역과는 사뭇 달랐다. 풀이 드문드문 인색하게 돋아나 있는 건조한 지역의 풍경이 차츰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곳을 준평원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풀이 있어서인지 아직은 말을 끌고 다니는 유목민도 보였고, 평원을 뛰어다니는 마못(몽골에서는 타르박이라고 부르는 초원에 사는 다람쥐과 동물. 다람쥐과 동물중에는 가장 크며 굴을 파고 산다) 같은 동물도 눈에 띄었다. 가이드는, “중국에서는 이처럼 건조하고 풀을 잘 볼 수 없으나 모래사막이 아닌 지역은 ‘고비’라고 부르고 모래로만 된 지역은 ‘사막’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오래전 몽골의 고비사막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초원의 나라에서 황무지로 버스는 계속 동쪽을 향해 갔다. 산맥은 점차 낮아지고 있었고 풍경은 점점 삭막해졌다. 차는 느릿느릿 갔다. 공항까지 하루 종일 걸릴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루무치로 가는 길목에 있는 훠징(和靜: 화정)의 ‘금홍루반점’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훠징은 고비땅이 시작되는 오아시스 지역이라고 하는데, 건조한 기후 탓에 거리의 가로수에는 모래먼지가 하얗게 앉아있었다. 훠징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고속도로에 올라선지 얼마되지 않아 길이 막혔다. 교통사고가 난 모양이었다. 혹시나 공항에 제시간에 못가는 것 아닐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다행히 오래가지 않아 1차선으로 통행이 가능했다. 지나면서 보니 대형 화물차가 앞 차를 들이받은 사고 같았다. 사고 화물차의 찌그러진 앞머리가 길 옆에 서 있는 트럭의 화물칸에 비스듬히 올라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고로 화물차의 운전석 부분과 차체가 분리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루무치로 가는 길에는 대형 트럭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형도 보통 대형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컨테이너 부두에서나 볼 수 있을까 도로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큰 트럭이다. 바퀴가 22개나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나겠다 싶었다. 화물칸에 삼중으로 염소를 실은 대형트럭도 눈에 띄었다. |
우루무치 외곽의 풍력발전소 단지
우루무치로 들어가면서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옆으로 대규모 풍력발전소 단지가 있었다. 넓은 땅을 맘껏 이용하는 듯 발전소 단지의 규모가 대단했다.
우루무치로 들어가는 외곽, 도로 왼편으로 소금호수도 보였다. 염호(鹽湖, 소금호수)라는 도로표지판이 크게 서 있다. 이곳에서 많은 양의 소금이 생산된다고 하였다.
신장에는 이곳 말고도 애비호라는 커다란 염호가 있는데 우리가 갔던 싸이리무호에서 동북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우루무치 시내에 들어서니 밤 10시가 거의 다되어 날이 완전히 저물었다.
밤에 본 우루무치의 시내의 풍경은 새로 지은 고층건물이 즐비한 요즘 중국의 다른 대도시처럼 화려해 보였다. (도착 첫날은 밤 0시 넘어 도착하여 공항에서 바로 호텔로 갔으므로 시내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몽골말로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우루무치의 밤 풍경은 가로등과 건물이 뿜어내는 조명으로 나름대로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