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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도박벽을 고친 도스토옙스키의 아내 (2):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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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도박벽을 고친 도스토옙스키의 아내 (2)

도박장에 가서 기분 풀고 오라고 남편에게 돈을 주기도

이정식 대기자 | 기사입력 2019/12/31 [21:08]

남편의 도박벽을 고친 도스토옙스키의 아내 (2)

도박장에 가서 기분 풀고 오라고 남편에게 돈을 주기도

이정식 대기자 | 입력 : 2019/12/31 [21:08]
도스토옙스키의 두번째 아내 안나 그리고리에브나 [이정식 대기자]
도스토옙스키의 두번째 아내 안나 그리고리에브나 [이정식 대기자]

 

 

 

 

 

 

 

 

 

 

 

도박은 병

도스토옙스키의 아내 안나는 도박은 병이라고 보고, 거기서 도망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살아오면서 그토록 다양한 고통(요새 수감, 교수대, 유형, 사랑하는 형과 아내의 죽음)을 견뎌낸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도스토옙스키의 이름)가 어떻게 자신을 절제하는 의지력이 그토록 없는지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심지어 그가 그러는 것은 그의 고상한 성격에 걸맞지 않는 일종의 자기비하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내 사랑하는 남편에게 이런 단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괴롭고도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곧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의지 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완전히 삼켜버리는 욕망이며 통제 불가능한 어떤 것이어서 아무리 강한 성격의 소유자라 할지라고 그에 맞서 싸울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도박은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무엇이다. 도박에 빠지는 것은 병으로 보아야 하며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유일한 투쟁 방법은 도망치는 것이다.

(···)

당시 나는 남편이 돈을 잃었다고 책망한 적도 결코 없었고, 그 문제로 말다춤을 벌인 적도 없었다. 저당 잡힌 내 물건들을 기간내에 되찾지 않으면 팔리고 만다는 것을 알면서도(실제 그런 일도 있었다),그리고 집주인과 소소한 빚쟁이들에게 불쾌한 일을 당하면서도 나는 아무런 불평 없이 우리의 마지막 돈까지 그에게 내주었다. 그렇지만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스스로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겨우 두 발을 지탱하고 서 있을 정도로 녹초가 되어 도박장에서 돌아와서는(도박장은 반듯한 젊은 여성이 갈 곳이 아니라면서, 그는 한번도 나를 데려간 적이 없었다), 내게 돈을 달라고 부탁했다(그는 돈을 전부 내게 맡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우리에게 있던 돈을 다 잃을 때까지 되풀이 되었다.

룰렛을 하러 갈 돈이 바닥나고 어디서도 돈을 구할 수가 없게 되자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비탄에 빠져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는 내 앞에 무릎을 끓고 자신의 행동으로 나를 고통스럽게 한 것을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생각에 잠겨있는 도스토옙스키 (그림)
생각에 잠겨있는 도스토옙스키 (그림)

도스토옙스키는 돈을 다 잃고 도박장에서 돌아온 후 안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도 했지만 도박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안나는 남편이 도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도박장이 있는 곳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안나는 도박장이 곁에 있는 바덴바덴을 하루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제네바로 거처를 옮겼지만 남편은 여전히 도박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안나, 남편에게 도박장에 가서 운을 시험해 보라고 권하기도

안나는 남편의 도박벽은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도박과 관련해서는 한번도 말다툼을 벌이지 않았다. 도스토옙스키가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며 괴로워할 때면 오히려 그의 기분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도박장에 가서 운을 시험해 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러시아로 돌아가기 석달 전인 1871년 4월 드레스덴에서 살 때의 일이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도스토옙스키)는 걸핏하면 자신의 재능이 ‘죽은’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면서, 점점 늘어나는 소중한 가족을 어떻게 부양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괴로워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이따금 절망에 빠지곤 했다. 그의 걱정스런 마음을 달래주고 그의 집필을 방해하는 암울한 생각들을 몰아내기 위해, 나는 언제나 그의 기분을 풀어주고 시름을 잊게 하는 방법을 썼다. 룰렛 도박에 관한 말을 꺼낸 것이다. 마침 약간의 돈(300탈러 정도)이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운을 시험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냐, 돈을 딸 때도 되었다. 이번에는 성공하리라고 왜 기대하지 못하겠냐 등등의 말을 했다.

물론 나는 한 순간도 돈을 따는 것을 기대한 적은 없다. 희생해야만 할 100탈러가 너무 아까웠지만, 나는 이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새로이 격렬한 감정을 체험하고 도박과 모험을 향한 자기 마음을 충족시키고 나면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안정된 마음으로 돌아올 것이고, 돈을 따겠다는 희망이 얼마나 공허한지 확신하면서 새로운 힘을 창작에 매진하고 2~3주 안에 잃은 돈을 모두 되찾을 것이라는 사실을.”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도박장에서 마음이 풀릴만큼 도박을 하고 돌아와 2~3주 동안 다시 글을 쓰면 도박으로 잃은 만큼의 돈은 다시 벌어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결혼 후 가정살림은 안나의 몫이었다. 자연히 경제권도 안나가 갖게 되었다. 과연 바가지 긁는 대신 돈을 주면서 ‘도박장에 가서 기분 좀 풀고 오라’고 한 안나의 작전(?)은 성공을 거둘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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