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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가 된 소설가 - 도스토옙스키 (7), 생명을 건진 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다: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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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가 된 소설가 - 도스토옙스키 (7), 생명을 건진 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다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0/03/26 [20:31]

사형수가 된 소설가 - 도스토옙스키 (7), 생명을 건진 후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다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0/03/26 [20:31]
도스토옙스키의 두번째 부인인 25세 연하의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키의 두번째 부인인 25세 연하의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키가 안나에게 들려준 사형장에서의 이야기

세묘노프시끼 광장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동지들 틈에 서서 형집행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있던 기억이 나오. 살아있을 시간이 이제 겨우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 몇 분이 내게는 몇 년, 몇 십 년처럼 느껴졌소. ‘내가 이렇게 오래도록 살아있을 수 있다니! 그런 느낌이었소. 우리는 모두 수의를 입고 있었고 셋씩 나뉘어 서 있었는데, 나는 셋째 줄에 서 있었소. 첫 번째 줄의 세 사람은 기둥에 묶여 있었소. 2~3분 뒤면 두 줄이 처형될 것이고 그 다음에 우리 차례가 올 것이었소. 얼마나 살고 싶었던지, 오 주여! 생명이 얼마나 귀하게 여겨지던지, 얼마든지 선하고 훌륭한 일들을 할 수 있을텐데! 지나간 일들이, 늘 좋았다고 할 수 없었던 그 시간들이 모두 다 떠올랐소. 모든 것을 새로 경험하고 오래도록 살 수만 있다면······ 하고 간절히 원했소. 그런데 갑자기 형 집행중지 신호가 들려오는 것 아니겠소. 나는 마음을 다잡았소. 동지들을 기둥에서 풀어주고, 다시 데려와서는 새로운 선고를 낭독하더군요. 나는 4년 노역형을 선고받았지요. 그렇게 행복했던 날은 다시 없었을 거요! 알렉세예프 보루에 있던, 내가 수감된 독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나는 계속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오. 내게 선사된 생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소.! 그 뒤 작별인사를 하라고 형을 들여보내 주더군. 그러고는 그리스도 탄생 전야에 멀리 유형에 처해졌소. 내가 선고를 받던 날 죽은 형에게 보냈던 편지를 얼마 전에 조카가 내게 돌려줬지요. 그걸 보관하고 있다오.”(『도스토예프스끼와 함께한 나날들』,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최호정 옮김, 그린북, 2003)

안나는 당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도스토옙스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섬뜩한 느낌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그녀는 “내가 너무 놀랐던 것은 바로 그가 내 앞에서, 오늘 난생 처음 만난 여자아이 앞에서 그렇게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겉보기에는 내성적이고 엄숙해 보이는 이 사람이 내게 자신의 전 생애를 그처럼 세세하게, 그처럼 솔직하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태도로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회고록에 썼다.

그는 1849년 12월, 형장에서 살아 돌아 온 직후 형 미하일에게 쓴 편지에 ‘더 나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 나겠다“고 다짐하는 편지를 썼는데, 단지 감옥의 검열을 의식하여 그처럼 쓴 것은 아니었다. 진실로 그는 ‘이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오래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일들을 언젠가 소설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온갖 흉악범들이 들끓는 수용소 속에서 그는 범죄자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수용소에서는 편지쓰기는 물론 글쓰기 자체가 금지 되어있었으므로 그는 모든 경험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했다.

사형장에서 생명을 건진 후 삶의 의지를 불태운 것이 그 후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그가 좌절하지 않고 살아남은 동기가 되었을 것이다. 시베리아에서 돌아온 후 나온 그의 불후의 명작들은 유형생활을 비롯한 쓰라린 경험들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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