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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에서의 작별 편지: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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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에서의 작별 편지

소설 <유정>의 무대 바이칼 (6)

이정식 / 언론인 | 기사입력 2013/12/14 [09:14]

바이칼 호에서의 작별 편지

소설 <유정>의 무대 바이칼 (6)

이정식 / 언론인 | 입력 : 2013/12/14 [09:14]

 꿈 이야기와 작별 인사

시베리아에서도 최석의 머리 속은 온통 정임 생각뿐임을 드러내는 이야기다. 최석은 꿈 속에서 사슴떼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뒤에 흰 옷을 입은 정임이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것 같더니 그를 잠깐 보고는 미끄러지듯 그에게서 멀어져간다. 정임을 붙잡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녀는 시베리아의 눈보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최석은 미칠 듯이 정임을 찾고 부르다가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이렇게 창밖으로 본 바이칼 호수의 정경을 N에게 전한다.

꿈을 깨어서 창밖을 바라보니 얼음과 눈에 덮인 바이칼 호 위에는 새벽의 겨울 달이 비치어 있었소. 저 멀리 검푸르게 보이는 것이 채 얼어붙지 아니한 물이겠지요. 오늘밤에 바람이 없고 기온이 내리면 그것마저 얼어붙을는지 모르지요. 벌써 살얼음이 잡혔는지도 모르지요.
아아. 그 속은 얼마나 깊을까. 나는 바이칼의 물속이 관심이 되어서 못 견디겠소.

▲ 알혼섬(바이칼 호수 안의 섬)에서 본 바이칼 호수

그리고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하면서 편지를 마친다.

인제 바이칼의 석양이 비치었소. 눈을 인 나지막한 산들이 지는 햇빛에 자줏빛을 발하고 있소. 극히 깨끗하고 싸늘한 광경이요. 아듀!
이 편지를 우편에 부치고는 나는 최후의 방랑의 길을 떠나오. 찾을 수도 없고, 편지 받을 수도 없는 곳으로...
부디 평안히 계시오. 일 많이 하시오. 부인께 문안 드리오.
내 가족과 정임의 일을 맡기오, 아듀!
이것으로 최석 군의 편지는 끝났다.
나는 이 편지를 받고 울었다.

한편, N에게 보내온 편지를 보고 진실을 알게 된 남정임과 최석의 딸 순임은 가족들과 N에게도 말하지 않고 최석을 찾아 시베리아로 떠난다. 한겨울이다. 열차가 흥안령을 지날 때 플랫폼의 온도계는 영하 23도를 가리키고 있다. 흥안령을 지나면서 순임은 N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오늘 새벽에 흥안령을 지났습니다. 플랫폼의 한란계는 영하 이십삼 도를 가리켰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은 솜털에 성에가 슬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얗게 분을 바른 것 같습니다. 유리에 비친 내 얼굴도 그와 같이 흰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숨을 들이쉴 때에는 코털이 얼어서 숨이 끊기고 바람결이 지나가면 눈물이 얼어서 눈썹이 마주 붙습니다. 사람들은 털과 가죽에 싸여서 곰같이 보입니다.
……
아라사 계집애들이 우유병들을 품에 품고 서서 손님이 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두 병을 사서 정임이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우유는 따뜻합니다. 그것을 식히지 아니할 양으로 품에 품고 섰던 것입니다." 
(순임의 편지) (7편에 계속)

▲ 시베리아 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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