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와엘 사완 쉘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운영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포럼 일정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와의 오찬'은 6대 그룹 총수들 주도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민간기업이 전면에 나서면서 민관 합동으로 굴지의 글로벌 기업 CEO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글로벌CEO 오찬은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사실상 기획에 들어갔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다보스포럼 참석 계획을 알리면서, 다보스포럼 경험이 많은 정 회장에게 우리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아이디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G20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의 방한 기간, 재계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홍보할 수 있는 다보스포럼 행사를 기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동안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던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6대 그룹 총수들이 모두 동행하기로 하고, '글로벌 CEO 오찬' 행사도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6대 그룹 임원진과 대한상의는 '다보스포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매주 회의를 통해 세부 사항들을 논의했다.

특히 그룹 총수들이 평소 친분 있는 외국 CEO들을 직접 섭외했고, 초청부터 참석 여부 확인까지 직접 챙겼다고 한다.그 결과, 초청 대상인 17명 중 15명이 참석하는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당시 소니 대표는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고, 일정 조율 과정에서 참석하지 못한 그랩 대표는 당일 저녁 '한국의 밤'(Korea Night) 행사에는 참석했다.

당시 공식행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장시간 '스탠딩 환담'이 진행되기도 했다.

재벌 총수들이 제각각 친분있는 해외 CEO들을 윤 대통령에게 소개하면서 30분가량 1대1 사전환담이 이뤄졌고, 윤 대통령도 사전에 준비한 15개 기업별 맞춤형 이슈로 대화를 이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를 대통령에게 소개하면서 어깨를 툭 치는 장면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의 칼둔 알 무바라크 대표를 데려와 소개하자 윤 대통령이 반갑게 포옹하는 장면 등에서도 재벌의 네트워크가 드러난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시스코 등 많은 글로벌 기업 CEO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했지만 빡빡한 일정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다보스포럼 자체가 의전적으로 악명높은 현장인데도 대통령과 글로벌 CEO들이 장시간 대화를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애초 산업장관 주재로 마련됐던, 풍력터빈 제조 세계 1위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 투자신고식에 윤 대통령이 참석을 결정한 것도 경제외교의 연장선에서 추진됐다.

지난해 6월 스페인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당시 한-덴마크 정상회담에서 풍력 분야 상호투자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결과, 베스타스가 3억 달러를 국내 투자하기로 하자 윤 대통령은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인만은 꼭 만나고 싶다"며 행사 참석을 결정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