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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에 감춰진 돈: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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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에 감춰진 돈

시베리아의 데카브리스트 (6)

이정식 | 기사입력 2014/01/14 [07:43]

성경 속에 감춰진 돈

시베리아의 데카브리스트 (6)

이정식 | 입력 : 2014/01/14 [07:43]
▲ 시베리아의 초원

평전에는 도스또예프스끼가 또볼스끄에서 데카브리스트의 아내들로부터 “돈과 음식과 옷가지를 선물로 받았고 죄수들에게 공식적으로 소유가 허락되는 유일한 책인 성서를 받았다.”고만 되어있다.
성서는 폰비진의 아내가 그에게 주었는데 표지 속에 10루블짜리 지폐가 들어있었다. 돈을 받았다는 것은 아마 이 10루불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내들은 자신의 남편들과 같은 정치범인 이들을 방문하러 가면서 성서의 표지 사이에 지폐를 넣고 가장자리를 꿰맸다. 도스또예프스끼와 함께 간 다른 두 명의 정치범에게도 성서와 돈을 주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당시 유형지에서 10루블은 큰 돈이었다. 그는 그 성서를 평생 간직했다.

옴스끄에서의 유형 생활은 그가 종종 ‘지옥’에 빗댈 정도로 비참했다. 그러나 후일 그는 그의 수인 시대를 ‘자신의 혼의 구제를 위한 중요하고도 유익했던 때’ (평전 69쪽)라고 말했다. 그 기간에 많은 깨우침을 얻기도 했다는 말인것 같다. 그 후의 작품에 유형생활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4년간의 유형 생활을 끝내고 석방된 후 형 미하일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유형지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래전에 폐기되어서 이젠 사용할 수 없는 낡고 찌그러진 목조 건물을 상상해 보세요. 여름이면 참을 수 없이 덥고 겨울이면 추워서 견딜 수 없으며 마룻바닥은 온통 썩었는데 그 위에 2센티미터 정도의 먼지가 쌓여서 미끄러져 넘어지게 됩니다. 작은 창문은 서리로 얼어붙어서 책을 읽을 수도 없습니다. 유리창은 3센티미터가 넘게 얼음이 얼어붙고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져 흐릅니다. 우리는 통 속의 청어같이 웅크립니다. 난로에는 여섯 토막의 통나무를 넣지만 열기는 조금도 없고 방 안의 얼음도 녹이지 못하고 연기만 자욱해 지는데 겨울은 내내 이렇게 보내게 됩니다. 이 바라크 속에서 죄수들은 옷가지를 씻는데 좁은 바라크 속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 몸 돌릴 곳도 없게 됩니다. 석양이 지면서 새벽이 되기까지는 마음대로 대소변을 보러 나갈 수도 없습니다. 자물쇠로 채워놨기 때문이지요. 큰 통은 복도에 놓여 있는데 코를 들 수 없는 악취가 풍깁니다. 죄수들도 돼지처럼 악취를 내고 있는데 <우리가 살아 있는 이상> 돼지처럼 행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70쪽)


자유의 초원

도스토예프스키는 4년간의 유형생활 중 때때로 수용소 인근 이르띠쉬 강변에 있는 벽돌광장에서 노역을 했다.
그는 이곳에 가기를 좋아했다. 사방이 막히지 않은 탁 트인 넓은 교외이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봄에서 여름동안 일하면서 체력도 좋아졌다. 처음에는 등에 8개의 벽돌밖에 지지 못했으나 나중에는 열두개까지 질 수 있었다.
그는 체력이 좋아진 것을 기뻐했다. “나는 출옥후에도 오래 살고 싶었다”고 그의 수기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술회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르띠쉬 강변에서 ‘자유의 초원’을 보았다.

“내가 단지 몸이 단련된다는 이유만으로 벽돌 나르는 일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 내가 이 강변에 대해 그토록 자주 말을 꺼내는 이유는 그 강변에서만이 신의 세계가, 순결하고 투명한 저 먼 곳이, 황량함으로 내게 신비스러운 인상을 불러일으켰던 인적없는 자유의 초원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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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수들이 감옥의 창을 통해 자유세계를 동경하듯이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광야를 바라보곤 하였다. 무한히 펼쳐진 푸른 하늘에서 이글거리는 태양, 끼르끼즈 강변에서 퍼져 오는 끼르끼즈 인의 아련한 노랫소리. 이 모든 것이 내게는 더 할 수 없이 소중했다. 검게 그을고 낡은 유목민의 천막이 보이기도 했다. 천막 근처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두 마리의 양을 데리고 뭔가 바쁘게 일하고 있는 끼르끼즈의 여인도 보인다.
그 정경들은 궁핍하고 투박하긴 해도 자유스러워 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푸른 창공을 나는 이름 모를 새를 보면서 그의 비상을 좇아 시선을 옮기기도 하였다. 새는 수면 위를 살짝 차고 오르며 창공으로 사라져서는 아주 작은 점으로 아른거렸다.----. 이른 봄, 강변의 돌 틈새에 핀 초라하고 가녀린 꽃들까지도 병적이라 할 만큼 내 주의를 끌었다.“ (<죽음의 집의 기록>355-356쪽, 이덕형 옮김, 2000, 열린책들)

도스토예프스키의 수려한 필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번역도 잘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러한 정경들도 유형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보이기 시작했다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다. 수형 생활 첫해에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 때문에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시베리아의 봄이래야 대개 6월경을 말하지만, 이때부터 한 여름 동안 드넓은 시베리아의 벌판위에는 각종 야생화의 축제가 펼쳐진다.
이 광경을 보면서 마음이 들뜨지 않고 자유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으랴. 또한 유목민의 천막 근처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식사를 준비하는 연기가 아닐까. 거칠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식사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상상하며 자유를 꿈꾸었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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