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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봄이 오듯 (1):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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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봄이 오듯 (1)

대표적인 봄의 노래 중 하나가 된 가곡

이정식 / 언론인 | 기사입력 2014/07/18 [23:01]

강 건너 봄이 오듯 (1)

대표적인 봄의 노래 중 하나가 된 가곡

이정식 / 언론인 | 입력 : 2014/07/18 [23:01]

▲ 송길자 시인(왼쪽)과 임긍수 작곡가
<2013년 3월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신춘 가곡의 향연'이 끝난 후 로비에서 만난 송길자 시인(왼쪽)과 임긍수 작곡가>

노래의 탄생

노래도 사람의 삶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대중가요와 달리 특히 예술가곡의 경우가 그런 것 같다. 10년, 20년의 오랜 성숙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대중 속에 파고드는 노래가 가곡이 아닐까 한다. 그리곤 절정의 시기를 맞다가 천천히 추억의 노래로 변해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강 건너 봄이 오듯> (송길자 작시, 임긍수 작곡)을 보아오면서부터이다.
나는 가곡애호가로 자처하지만 <강 건너 봄이 오듯>을 2004년 12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CBS창사 5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로 처음 주의 깊게 들었다. (그 이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을 것이란 뜻)
봄을 기다리는 내용을 담은 이 노래에서 매우 화사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 뒤 이 노래가 그 보다 10년도 더 전인 1992년에 초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부른 이는 테너 임정근이었다. 노래는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내용적으로 보면 다소 여성적인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천천히 알려지던 이 노래는 그 후 조수미가 부르면서 강한 흡인력을 갖고 인기 가곡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조수미의 깨끗하면서도 힘과 기교를 갖춘 소리가 주는 감동이 이 노래를 살아움직이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역시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에 못지 않게 누가 부르느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강 건너 봄이 오듯>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겨울부터 봄까지 각종 음악회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가곡이 되었다. 서울국제음악콩쿨에 지정곡이 되기도 했고, 자동차 CF에도 등장했다. 중고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해마다 실리고 있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축하음악회에서도 이 노래가 불려졌다. 노래가 탄생한지 20년이 지나면서 성숙의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

▲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인근
강 건너 봄이 오듯

송길자 작시, 임긍수 작곡

1절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거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아름 안고서
물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누나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거나
짐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2절
오늘도 강물따라 뗏목처럼 흐를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흐르듯 나부끼네
내 마음 어둔 골에 나의 봄 풀어놓아
화사한 그리움 말없이 그리움 말없이
말없이 흐르는구나
오늘도 강물따라 뗏목처럼 흐를거나
새소리 바람소리 물흐르듯 나부끼네
물흐르둣 나부끼네

이 노래의 가사는 <소식>이라는 제목의 사설시조에서 온 것이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1982년 등단한 송길자 시인의 작품이다. 1992년 어느날 박재삼 시인(1933-1997)으로부터 KBS에 가곡으로 만들 시를 한편 보내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시인은 자신이 쓴 사설시조 <소식>을 문득 떠올렸다.

소식

앞강에 살얼음이 풀릴 때쯤이면
나뭇짐을 실은 배가 새벽안개 저어왔네.

삭정이 청솔가지 굴참나무 가랑잎 덤불
한줄로 부려놓은 지겟목 쇠바릿대 위엔,
연분홍 진달래도 한 아름씩 꽂고와서,
강 건너 봄 그 우련한 빛을 이쪽 강마을에 풀어 놓더니

오늘은 저문 강을 뗏목으로 저어와,
내 마음 어둔 골에 봄빛을 풀어놓네.
화사한 꽃 내음을 풀어놓네.
(송길자 시집, ‘달팽이의 노래’, 1994)


그러나 이러한 사설시조를 그대로 가사로 하라고 보낼 수는 없었다. 밤새 이 시조를 기초로 노랫말을 만들었다.
송길자 시인은 2013년 봄, 필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 어느 작곡가에게 갈지도 모르면서 감히 사설시조 전문을 그냥 보내놓고 알아서 가사화 해 쓰라고 함부로 할 순 없는 것쯤은 잘 알기에 시간에 쫓기면서도 밤새 그 사설시조에서 힌트, 그 뜻을 살려 지금의 노래대로 가사화 해서 보냈습니다.”
이때 제목도 <강 건너 봄이 오듯>으로 바꿔 달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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