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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너 불구경' 중국인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의인'을 대하는 한국과 중국인들의 사례비교...중국 광둥성 화재발생 초등학생46명 구한 군인 3명의 영웅적 행동, 국내외에서 찬사받아...착한 사마리아인법 제정 고려중

안재홍 인턴기자(한국외대 정외과) | 기사입력 2016/10/22 [11:37]

'강건너 불구경' 중국인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의인'을 대하는 한국과 중국인들의 사례비교...중국 광둥성 화재발생 초등학생46명 구한 군인 3명의 영웅적 행동, 국내외에서 찬사받아...착한 사마리아인법 제정 고려중

안재홍 인턴기자(한국외대 정외과) | 입력 : 2016/10/22 [11:37]
중국 광둥성 고속도로에서 초등학생 46명이 탄 버스가 불타고 있다. 중국 군인3명이 긴급히 구조해 희생자 없이 끝나 중국 대륙을 감동시켰다. 사진=중국 청년보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보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중국인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각종 SNS와 포털사이트에는 중국에서 묻지마 살인이나 폭행 등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지나가던 시민들이 그저 외면하던 동영상이 떠돌곤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사회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말자는 바람이 불며 중국판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드에 다가가려는 중국인들의 노력

개인주의, 물질주의 만능 팽배속에서도 글로벌 속 중국의 위상이 높아 지고 인터넷 발달로 '문명의식"(우리의 선진의식에 해당)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스탠드 기준에서 '무관심'주의를 타파해보자는 의식이 중국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기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초등학교 학교 버스에서 불이 나 승차했던 수십 명의 학생이 위험에 처했었지만, 마침 이곳을 지나던 군인 3명의 용감한 구조 활동으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나지 않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찬사를 받았다.

 같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다른 차량들이 행여 피해를 볼까 봐 화재현장을 지나 갈 때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중국 공안변경부대 대원 3명이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차에서 내려 화염 직전의 버스에 뛰어 올라 초등학생들을 한 명씩 무사히 하차시켰다.

중국 군인 3명이 초등학생들을 안전하게 갓길로 안전지대로 피신시키고 있다.

 학교 버스에 뛰어올라 구조 활동을 한 지 65초 이후 학교 버스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화염에 휩싸여 조금만 늦었다면 어린 생명들이 희생될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학교 버스에는 광저우시 주하이(珠海)구의 한 초등학교 2학년 학생 46명과 여교사가 타고 있었고 가을 꽃구경을 단체로 다녀오던 길이었다.

중국 광둥성 군인 3명의 구조활동 감동..세월호 사건과 비교돼 국내에서도 큰 화제

 이 일은 중국 네티즌들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에도 세월호 사건 때 적절한 구명활동을 하지 않았던 해경의 처사와 비교되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위해 뜨거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 많은 사람을 대피시킨 고 안치범씨의 초인종 의인 사건이 있었다.

고 안치범씨는 원룸 화재시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자신은 끝내 숨졌다.

 지난 9월 새벽 4시경,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하고 있는 한 5층짜리 원룸에서 불이나자 원룸 4층에 살고 있던 고 안치범씨는 화재 초기에 밖으로 대피하여 119에 신고를 하고 다시 연기가 가득한 건물로 뛰어 들어가 5층부터 1층까지 일일이 이웃집의 초인종을 누르면서 "나오세요!"라고 소리치며 뛰어다녔다.

 그의 선행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는 5층 옥상입구 계단에서 유독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중환자실로 이송돼 11일 만에 끝내 생을 마감하고 만다.

 같은 달 23일 신월동에 위치한 한 다가구주택에서 화재 시에도 박대호(32)씨 역시 초인종을 누르며 거주자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리고, 더 이상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에 지하층에 갇혀 있던 여학생과 여학생의 오빠를 무사히 구조하는 의인이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자 죽음을 무릅쓰고 다른 생명을 구한 故왕펑씨가 있었다.

 지난 5월 18일 새벽 1시경, 허난성(河南省)에 위치한 남양시 서화촌1동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했는데, 1층에 살고 있던 왕펑은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무려 3번이나 불길로 뛰어들어 6명의 생명을 구해냈다.

 그를 제외하고 그 동에 살고 있던 선생님, 학생 그리고 이웃 등 20여명은 아무 피해 없이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정작 왕펑의 몸은 불에 타 잿빛이 되어버렸고, 끝내 그는 중태에 빠졌다.

 중국 정부는 왕펑을 살리기 위해 중국인민해방군 종합병원으로 이송시켜 최고의 의료진을 배치해 대우했다. 하지만 왕펑은 지난 1일 오랜 투병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졌고, 폐렴으로 끝내 사망해 중국 전 대륙을 울렸다.

 왕펑의 상처 투혼은 많은 중국 사람들의 주목과 감동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를 ‘허난화재구출영웅’ 이라는 말로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의인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영웅(英雄) 혹은 호인(好人) 이라고 부른다.

어머니 대신 다른 집 아이들 약자부터 구한 평범한 회사원의 선행이 대륙 울려

 이뿐만 아니라 지난 8월 23일 중국 황산에서 우한으로 돌아오는 여정 중에 관광버스와 화물차가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의 쑨민은 자신의 가족대신 우선 다른 아이들을 구조하고 가족을 나중에 구하다 어머니를 끝내 잃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쑨민

 관광버스에 타고 있던 40대 평범한 회사원인 쑨민이라는 사람은 가족들과 단체 관광을 하다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 안에 갇힌 여행객들을 구한 사건이 있다.

 쑨민은 자신의 가족부터 구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작고 가벼운 어린아이부터 먼저 구하고 가족을 뒤늦게 구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는 이 사고에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잃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의로운 희생정신을 발휘한 사람들을 보상, 지원해주는 ‘의사상자 지정제도’가 있는 것처럼 중국도 그동안 불확실했던 제도를 보완하며 ‘영웅’들에 대한 예우법을 손질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에 무관심했던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의사상자에 대한 정책을 꾸려나가고 있다.

 최근 광저우시에서도 의인 관련 장려금 정책과 관련해 등급을 지정해 최소 1,000위안(한화 18만원)부터 최대 20,000위안(3천6백만원)까지 의인들에게 장려금을 1회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담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불행을 외면하는 사례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여전한 우리 사회의 '방관자'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장마비가 온 택시기사를 외면하고 골프여행을 떠났던 승객이나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택시기사를 둔 채 떠났던 승객의 행태를 놓고 커다란 분노와 비판이 잇달았다.

중국에서도 지난 4월 광저우시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건물 밖으로 탈출하려다 방범용 쇠창살에 낀 남성이 살려달라며 울부짖었지만 이 같은 상황을 도와주기는커녕 동영상을 찍은 사람이 있었다.

그 동영상은 ‘촬영자의 잔인함이 드러난 42초’라는 제목과 함께 인터넷에 유포됐다. 그 남자는 결국 숨졌고, 중국 언론과 소방당국은 “시대의 치욕”, “냉혈하기 짝이 없는 짓” 이라며 개탄했다. 하지만 이 행위에 있어 어떠한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도입

결국 최근 한.중 양국에서 여러 유럽국가처럼 위급한 사람을 돕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박성중 의원이 얼마 전 ‘구조 불이행 죄’를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중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착한 사마리라인법을 도입하기에 앞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책임성이 강조되는 서방과 달리 동양적 정서에서는 도와주려고 선뜻 나섰는데 도리어 가해자로 몰리거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람들이 망설이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이러한 행위자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국에서는 위험에 처한 약자를 위해 나서는 무리를 ‘협객’이라고 불렀다. 대표적 협객은 8세기 당나라의 낭만파 시인 이태백도 있었다. 그는 붓을 드는 먹물 이전에 시대의 허위와 부정을 규탄하며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술을 든 협객의 삶을 추구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이연걸의 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19세기 무술인이자 명의, 청조말기 항일 독립운동가로 중국인들에게 민족적 영웅인 황페이홍(黃飛鴻)도 협객중의 한명이다.

 법 이전에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는 것은 성선설에 근거한 인간 본성의 하나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확산된다고 해도 지금 착한사마리아인법과 같은 제도 마련에 앞서 동양적인 ‘협객’,‘의인’,‘영웅’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의 확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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