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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을 생각해보셨나요?"

페북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진짜 자~알 살아보세!” 잼革起富 4인(교육적)강연 콘서트 참관기

민경중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16/10/23 [14:47]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을 생각해보셨나요?"

페북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진짜 자~알 살아보세!” 잼革起富 4인(교육적)강연 콘서트 참관기

민경중 대표기자 | 입력 : 2016/10/23 [14:47]
 

파란 가을 하늘이 맑게 펼쳐진 21일 토요일 오후 2시,강남의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디-캠프 세미나실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였다.

 4층 강연장 창밖으로 조선 9대 성종과 11대 중종이 모셔진 왕릉이 내려다 보였다. 도시 한복판에 고즈넉한 왕릉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이다. 공기의 맛이 다르다.

 

“진짜 자~알 살아보세!” 잼革起富 4인(교육적)강연 콘서트

 제목만 놓고 보면 자칫 현 정부 들어 부활한 ‘신새마을운동’ 관련 세미나인가라는 착각이 든다.

 30여명의 참석자들은 그저 무작위로 일어나 짤막한 자기소개들을 나눴다.

  충남 홍성에서 올라왔다는 자칭 ‘시골사람’, 제주에서 이날 오전에 올라왔다는 제주인, 삼성전자, 약사, 증권사 애널리스트, 아빠와 함께 온 초등학생, 중고생, 교육전문가, 스타트업 직원, 바로 며칠 전 퇴사했다는 실업자(?) 등등 같은 직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경성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 김선진 교수가 첫 강사로 나섰다. 대뜸 목에 건 소형 스피커에 연결된 아이폰을 들고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김선진교수

 “여러분! 이건 뭘로 보이세요?”

“아이폰요”

“정말요? 저에게 이건 기타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한곡 부르겠습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진짜 신기하게도 아이폰 기타앱을 활용, 멋지게 1절 끝까지 부른다.

 “여러분은 재미있게 사십니까? 여러분에게 아이폰은 그저 스마트폰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음악적 꿈을 키워주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재미의 본질은 다양성에 있습니다.”

 본격적인 재미강연을 시작했다. 참석자들의 호기심이 한껏 올라간다.

 그는 서울법대를 졸업한 뒤 유수의 신문사와 방송사, 굴지의 재벌기업을 다니다 학교로 온지 11년 됐다고 한다.

 남들이 보면 최고 학벌에 최고의 직장만 다녔다고 부러워하겠지만 '핵노잼'이었단다. 그래서 연구한 것이 ‘재미학’이다. 2013년에는 그동안 연구 결과를 묶어 ‘재미의 본질’ 이라는 책도 냈다.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20주짜리 재미학 인문강좌‘도 국내 처음으로 개설했다.

방송인 샘해밍턴은 “한국사람들은 일을 위해서 사는 것 같다. 삶을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듣고 보면 딱히 반박할 만한 대목이 없다.

 재미를 지향하는 첫 번째 조건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한다. 실제 기타가 아니라 스마트폰이 악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설명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펼쳤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마흔살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가수 故김광석의 ‘서른즈음에’ 노래를 듣고 혼자서 한없이 울었다.

 '사람들은 안정된 삶과 가족의 행복, 일의 성공을 최고로 꼽지만 과연 재미없는 삶, 재미가 없는 가족생활이라고 하면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삶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과거에는 일이 중요해서 재미와 함께 가기 힘들었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취와 재미 중 재미를 선택하면 다른 대안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습관적으로 의식적으로라도 자기 자신에게 즐거움을 허락하라고 했다. 예를 들어 알람을 맞춰서 가장 재미있는 일을 잠깐씩 자주 해보라는 구체적 방법도 제시했다.

 30여분의 강연 후에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별 기대안했던 ‘재미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두 번째 연사는 영문 이름 ‘알버트’다. 자칭 기업철학자라고 소개한 최충엽이다.

 이력을 보니 과거에 잘나가던 상장까지 됐던 소프트웨어 회사 CEO를 지내고 벤처협회 부회장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2009년에 회사를 정리하고 미국으로 훌쩍 떠났다고 한다. 페북에서도 ‘싸움닭’으로 꽤 유명하다는 본인의 설명도 곁들여졌다.

 그가 던진 화두는 혁신가의 삶 관점에서 ‘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라며 참가자들에게 마구 생각을 묻는다. 강연을 듣고 적고 흡수하는데 익숙한 참가자들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기업가들은 돈 많은 놈이 최고입니다. 100억가진 사람은 1000억 가진 사람에게 꿀리고 1000억 가진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제가 굳이 기업철학자라고 부르는 것은 철학자는 돈 많은 놈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현명한 사람이 이깁니다.”

 

 다시 물어본다.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을 생각해보셨나요? 빨리 말씀해 보세요. 우리나라는 교육적으로 질문과 대답을 하는데 매우 어색해하죠. 뭐라도 얘기해보세요”

 미국 얼바인에서 살다가 국내에 온지 두달 됐다는 벤처기업가 출신 가천대 객원교수 대니리 교수가 어눌한 한국말로 말문을 열었다.

 “맞습니다. 미국은 토론문화에 익숙하죠. 여기서 제가 가장 한국말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비록 떠듬떠듬하지만 한국어로 이렇게 말하잖아요. 다른 분들은 말씀을 안하시니 한국말을 못하는 거고...”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졌다. 이 말을 계기로 활발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기업철학자 최충엽은 "테슬라 같은 미국 기업들이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내고 애플이 새로운 기기들을 만들어 내는 세상이 됐기 때문에 패스트팔로어로 살아온 삼성, 현대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자기의 생각이 없이 카피하는 것은 이제 중국보다 더 잘할 수 없다. 앞으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말로 강연의 끝을 맺었다.

 세 번째 기업가의 삶 강연을 한 신철호 오지큐 대표는 ‘돈·밥· 일·꿈 그리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왔다. 기업을 한 지 20년 됐다는 말에 참가자들이 깜짝 놀란다. 30대 중반의 얼굴인데 20년이라면 10대 때부터 기업을 했다는 말인가라는 표정들이다.

신철호대표

 “내년에 아들이 대학에 들어갑니다. 올해 제가 45살입니다.”

 신 대표의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들 기업가의 비결보다 동안 비결에 더 관심이 많아보였다.

 “전 20대 초반에 회사를 세워 지금까지 여러 번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습니다. 어릴 때 책 살 돈이 없어 부자동네인 한남동 저택 앞에 세워진 고급자동차 와이퍼에 ‘제가 읽고 싶은 100권의 책을 사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A4용지를 끼워놓았습니다. 그리고 로커스의 김영순대표가 그 책을 사주셨습니다. 나중에 이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그 분은 아무것도 없던 청년에게 사업자금 5천만원을 선뜻 빌려주셨습니다.”

 신 대표는 청년 시절 1999년 7월 1일 인터넷에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계량화해 가상주식거래를 하는 사이버 정치증권시장을 처음 개설해 당시 언론과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었다.

 나이에 비해 일찍 성공했던 그는 결국 사업으로 20억원의 빚을 져 파산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한다. 돈의 목표와 금액, 사용처, 버는 기간들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은 오지큐라는 전 세계 1억 2천만명의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한 앱을 확보하고 10여개 벤처에 소액 투자하며 의장을 맡아 스타트업을 어시스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Exciting(설레기), Do(해보기), Good(잘하기), Last(지속하기), TIME(시기를 잘 맞추기), Meaningfu(의미가 있어야)라는 6가지를 제시하며 강연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잼혁기부(잼革起富) 4인 강연회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마련한 동국대학교 이영달교수 ‘부자의 삶’ 강연이 시작됐다.

이영달교수

 이영달 교수는 ‘자발적 동기’에 의한, ‘자발적 참여’에 의한, ‘자발적 모임’으로 이번 강연콘서트를 오직 페이스북 친구들을 통해서만 모집했다고 한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지혜롭게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길을 찾아보기 위해 마련한 이 콘서트는 평소 기업가정신 '앙트레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을 주창하신 이 교수의 순수한 생각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그는 어릴 적 자신에게 가장 감명을 줬던 전 세계에서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팔린 ‘Think and grow rich’(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될 것이다.著나폴레옹 힐)라는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나폴레옹 힐이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를 만나 자서전을 써주는 댓가로 507명의 부자 리스트를 받아 원고료를 받지 않고 그들의 자서전을 대필해주며 수집한 책이 바로‘Think and grow rich’(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될 것이다.)라는 책이었다고 한다.

 3천3백만부가 팔린 이 책의 저자 나폴레옹 힐은 카네기, 에디슨, 크라이슬러 등 굵직한 세계 최대 거부들의 경험에서 성공법칙을 추출하고 이들의 성공요인을 흥미진진하게 분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물질적인 부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부’의 개념을 물질적인 것으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획득할 수 있는 풍족한 삶으로 정의하고 ‘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명확하게 설명해 ‘부’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큰 깨달음을 줬던 것이다.

 이 교수는 기.승.전‘기업가의 삶’에서 결국은 ‘골든존’을 찾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며 이를 위해 첫째,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둘째. 내가 사랑하는 일은 무엇인가, 셋째,내가 경제적 풍요를 얻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점을 꼭 염두에 둘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미국 월마트를 만든 샘 월튼이 만들어 지금도 미국 기업가협회 회원들이 모이면 모두가 금과옥조처럼 복창하는 ‘기업가의 신조’를 소개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나의 능력에 따라 비범한 사람이 되는 것은 나의 권리이다.

-나는 안정보다 기회를 추구한다.

-나는 계산된 위험을 선택할 것이며, 나의 끔을 실천하고 이룰 것이며, 비록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보장된 삶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다.

-나는 유토피아의 생기 없는 고요함이 아니라 성취의 전율을 원한다.

-나는 어떠한 권력자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위협 앞에서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자랑스럽고 두려움 없이 꿋꿋하게 몸을 세우고 서는 것,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내가 창조한 것의 결과를 만끽하는 것, 그리고 세계를 향해 기업가가 되었음을 힘차게 말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하느님이 내게 주신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미국 기업가 협회의 공식 신조 중에서...

 “‘ Do It right now’ 지금 당장 실행하라. 다음 세대들에게 넘겨 줄 공통의 비전을 가지고 벽돌하나 쌓겠다는 심정으로 살아가자. 기업가 신조처럼 자기 주도적인 삶, 아낌없이 베푸는 것처럼 가치나 결과물을 주변과 같이 나눌 수 있는 삶이 된다면 진정한 부자의 삶이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영달 교수의 마무리 멘트는 이날 잼혁기부 콘서트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총평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발적 협찬으로 각자 가져온 커피와 빵, 무공해 유산균, 음료수를 나누고 쓰레기를 치우고 책상을 정리하고 명함을 교환하며 진한 아쉬움 속에 각자도생의 길로 흩어졌다. 처음 시작할 때의 낯섬은 사라지고 얼굴에 하나 가득 행복을 안고...

 젊은 부부 한쌍은 “또 언제 모여요?”라고 물었다.

이 교수는 “여러분이 또 원한다면요. 페북에서 다시 봅시다.”

 벽에 걸린 시계는 예정됐던 네 시간을 넘겨 오후 6시를 훌쩍 넘기고 이른 저녁으로 어스름이 찾아와 어둑해졌다.

 제1회 잼혁기부는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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