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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세월호'와 가을 낙엽소리에 놀란 수심(水心)

"여름 홍수... 10월강수 0"....'물관리일원화' 또 해 넘기나

김근식 대기자 | 기사입력 2020/11/02 [14:46]

[칼럼]'세월호'와 가을 낙엽소리에 놀란 수심(水心)

"여름 홍수... 10월강수 0"....'물관리일원화' 또 해 넘기나

김근식 대기자 | 입력 : 2020/11/02 [14:46]

 

여름 폭우에 이어 지난 10월 한달은 30년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강수량이 없었다. 다른 지방도 비슷했다.  가뭄으로 낙엽이 말라 산길이 매우 미끄러웠다.
여름 폭우에 이어 지난 10월 한달은 30년만에 처음으로 서울에 강수량이 없었다. 다른 지방도 비슷했다. 가뭄으로 낙엽이 말라 산길이 매우 미끄러웠다.

2020년 한해도 두장의 달력만 남았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뀌 도는 시간(공전)1년이다. 사람들은 보통 1년이라는 단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아마도 세상의 중요한 기준이 1년으로 나눠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이, 학년, 국가 예산, 연봉 등.

하지만 세계화속에 치열한 경쟁을 요구받는 기업들의 경우는 분기(3개월)마다 실적을 발표한다. 일하면서 발생하는 수입의 경우 보통 월급이지만 요즘은 아르바이트.배달처럼 시급.건당으로까지 세분화됐다. 선거 당일엔 시간마다 투표율이 발표된다. 유튜브의 경우는 클릭수에 따라 수익이 발생한다. 과학으로 넘어가면 밀리초(1000분의 1) 나노초(10억분의 1) 등으로 더욱 짧아진다.

올해는 시간 개념이 더욱 다르게 와 닿는다. 하루하루, 시시각각 모르는 일들이 벌어진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1초당 1명씩 확진자가 나온다고 한다. ‘시간이 돈이요 생명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대다. 올여름 500년만의 섬진강 물난리는 순식간에 벌어져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100~200년 빈도로 설계되는 댐, 제방 등이 더이상 믿을 수 없는 과학이 돼버렸다.

그런데 지난10월 서울에는 공식적으로 비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서울 날씨로는 1990년 이래 30년 만이라고 한다.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홍수뒤에 슬그머니 가뭄이 찾아왔다. 호주나 미국을 강타하며 수많은 피해를 준 초대형 산불이 가뭄과 무관하지 않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최근 산행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좀 느꼈을 것이다. 산에서 내려올 때 정말 미끄럽다. 그리고 흙 먼지가 옷에 많이 묻는다. 바로 가을 가뭄 때문이다. 요즘 같은때 우리도 특히 불조심해야 한다.

올 여름 5백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과  전북 진안 등에서 물난리를 겪었다.  하지만 수질과 수량, 댐과 하천을 총괄하는 '물관리일원화'는 부처간 이기주의 등으로 또다시 한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 진안군 용담댐 방류 장면)
올 여름 5백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과 전북 진안 등에서 물난리를 겪었다. 하지만 수질과 수량, 댐과 하천을 총괄하는 '물관리일원화'는 부처간 이기주의 등으로 또다시 한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 진안군 용담댐 방류 장면)

여름과 가을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문명의 속도에 대응하는 자연의 태도에 경외감을 갖게 한다. 올 여름은 폭우였다. 그렇다면 내년 봄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 장마가 오기전인 6월 이전에 봄 가뭄으로 농사에 애를 먹는 경우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충남 서해안 지방에 가뭄으로 다른 지역에서 물을 빌리는 도수로 공사를 해야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 현지 농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환경부는 여름부터 기후변화와 관련한 홍수 대책기획단을 가동하고 있다. 농가 피해와 재발방지 문제로 지금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년 봄에 가뭄이 오면 어떻게 되나. 그동안 정부는 수량과 수질, 댐과 하천 지류 등의 관리 문제를 놓고 혼선을 거듭해왔다. 여러 부처로 나눠진 물관리의 일원화의 숙제는 올해도 해를 넘길 것 같다. 기후재난에 대한 자연의 반응 속도를 보면 앞으로 물 관리는 수질보다 수량쪽이 인류의 우선 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수질쪽의 환경부가 물 전문 기관인 수자원공사를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다. ‘물관리일원화수량과 더 밀접한 개념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처간 칸막이로 일원화가 어려운데 더욱 어려운 정부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세월호가 왜 골든타임을 놓쳤나. 물론 그런 경험이 없어서다. 그러나 사건이 터지면 어느 부서가 그것을 책임지고 지휘할 것인지에 대한 콘트롤타워솔루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양경찰청? 지자체 ? 해양수산부 ? 행정안전부 ? 헷갈린다. 책임 문제로 서로 맡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보통은 버스가 한참 지난 후에 총리실이나 청와대가 사후수습을 한다.

대형 재난사고가 나면 현장 인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이 동시에 투입돼야 할 필요가 많다. 그러려면 인사권이 필요하다. 만약 세월호로 다시 돌아간다면 해양경찰청이 처음에 그런 인사권을 갖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짧은 순간에 모아 현장 지휘할 수 있을까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2014년 4월16일 오전8시54분 최초 신고됐지만  구조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304명의 생명을  잃어야 했다. (사고 당일 오전9시38분 목포 해경 촬영 영상 캡쳐)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2014년 4월16일 오전8시54분 최초 신고됐지만 구조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304명의 생명을 잃어야 했다. (사고 당일 오전9시38분 목포 해경 촬영 영상 캡쳐)

그래서 큰 사건일수록 청와대가 나서 초기 인력규모 등에 대한 큰 방향을 잡은 뒤 해당 부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청와대가 아니라면 적어도 총리실이 그 일을 해야 한다. 코로나사태가 총리실에서 주관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정부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대형 사건사고가 났을 경우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언급하는 것은 그런 함의가 있다. 최고 인사권자가 나서지 않으면 인력편제 등이 수반되는 일에 부처간 이기주의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 그래도 잘 안되는 게 현실이다.

물관리일원화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고 인사권자가 다시 나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이 사후 처리하는 나쁜 모양새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부처간 갈등과 칸막이를 조정하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모든 국정이 그렇다. 얽혀있는 일일수록 결국 청와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선례가 주는 교훈이다.

당장 내일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시기에 살고 있다. 비가오든 가뭄이든 잘못밟으면 미끄러진다.  재난은 일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세월호.코로나처럼 정부나 국민들 모두에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아닌 분초(分秒)를 다투는 초신우초신(秒新又秒新)’이 생존법칙이 됐다.

서울 광화문에 유난히 바스락거리는 2020년의 낙엽 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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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기후재난, 가뭄, 용담댐, 수자원공사, 환경부, 청와대, 코로나, 총리, 세월호, 부처이기주의, 섬진강 관련기사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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