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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의 삶 어떻게 달라질까?

송하식 전 국방일보 편집인 | 기사입력 2020/06/13 [19:35]

[칼럼]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의 삶 어떻게 달라질까?

송하식 전 국방일보 편집인 | 입력 : 2020/06/13 [19:35]
송하식 전 국방일보 편집인.
송하식 전 국방일보 편집인.

“사업하다 망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 취미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열심히 사는 거다. 시간 나는 대로 쿠팡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3만개 정도 배송한 것 같다”

아이돌 그룹 ‘태사자’의 멤버, 랩퍼 김형준은 최근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에 쿠팡플렉서 택배 일을 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김형준의 고백을 계기로 상당수 연예인들이 외제승용차를 몰고 새벽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쿠팡플렉서는 쿠팡의 시간제 단기 배송아르바이트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유통시장의 중심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쇼핑몰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고객과 직접 접촉이 없는 비대면 업종으로 쿠팡플렉서가 인기 있는 부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극장, 연극공연장, 콘서트홀, 컨벤션, 미술관 등 다중 이용시설과 학원·체육관 등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종사자인 문화예술인과 연예인, 그리고 강사 학습지교사 보험·카드모집인 등 특수 고용직과 프리랜서, 전통시장 상인과 영세자영업자 등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잘나가던 인기연예인과 유명초빙강사들도 각종 모임과 강연회가 중단되면서 부르는 곳이 없어 요즘 같아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 ‘긱 이코노미’현상은 더욱 심화할 듯

코로나19는 이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덮치고 있다. 과거 미국에서 재즈 공연이 인기를 끌면서 즉흥적으로 단기적인 공연팀(gig)들이 생겨난 것처럼 오늘날 빠른 시대 변화에 부응해 고용의 안정성 보다는 고용의 유연성을 강조하다 보니 쿠팡플렉서와 같은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이른 바 ‘긱 이코노미’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쿠팡 플렉서는 자기 차량으로 시간·지역을 선택해 물건을 배송하고, 배송 건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받는다. 따라서 쿠팡과 근로계약이 아닌 '배송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배송사업자, 즉 자영업자여서 보험, 연료비, 차량유지비 등도 모두 자부담이다. 시간당 2만5000원의 짭짤한 수입 이 입소문 나면서 쿠팡 플렉서는 10만 명에 이른다.

국내 1위 배달 앱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도 쿠팡과 비슷한 배송 시스템인 ‘배민 커넥터’를 잇따라 출범시켰다. 이들 플랫폼 종사자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지만,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판에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함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3월 22일~5월 5일)가 5월 황금연휴를 끝으로 종료되고 지난 6일부터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과 경제·사회 활동을 동시 영위하면서도 감염 예방 활동을 철저히 지속해 나가는 새로운 일상의 장기적·지속적 생활방역체계를 말한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 16일 동안(4월 20일~5월 5일) 신규 확진 환자 수와 집단 감염 발생 건수, 감염 경로 불명 비율, 방역망 등이 크게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따라 생활방역 체계에 맞는 개인방역과 집단방역 기본수칙 등 후속 지침을 마련했다.

개인방역 기본수칙으로는 ⓵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⓶사람과 사람사이, 두 팔 간격 건강거리두기 ⓷30초 손 씻기, 기침은 옷소매 ⓸매일 두 번 이상 환기, 주기적 소독 ⓹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이며, 보조수칙으로는 ⓵마스크 착용 ⓶환경 소독 ⓷60세 이상 어르신 및 고위험군 생활수칙 ⓸건강한 생활습관 등이다.

집단방역 기본수칙으로는 ⓵공동체가 함께 노력하기 ⓶공동체내 방역관리자 지정하기 ⓷공동체 방역지침 만들고 준수하기 ⓸방역관리자는 적극적으로 역할 수행 ⓹방역관리자에게 적극 협조하기 등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1단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비해 완화된 절차이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코로나19는 인류와 함께 살아가는 질병 될 수도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코로나19는 에이즈 바이러스처럼 사라지지 않는 질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주기적 발병)이 될 수 있으므로 효과적인 백신 나와도 감염 통제에 상당한 노력 필요하다는 것이다. 엔데믹이란 말라리아·뎅기열과 같이 사라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전염병을 의미한다. 예컨대 홍역처럼 예방접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환자가 나오고 있는 것과 같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일상을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길게는 2년까지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앞으로도 교회나 학교 등 다양한 다중이용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은 계속 발생할 것이며, 우리는 긴 시간 동안 산발적인 감염과 재유행 위험을 감수하고 이를 겪으며 살아야 한다”고 부연하고 생활방역과 거리두기 유지를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대통령 격인 제롬 파월 미 연준(Fed)의장도 미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 minutes’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가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사 백신과 치료제가 조기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 성공적 제압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기에 경기회복이 그 만큼 늦어질 것이란 얘기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 노멀의 키워드는 ‘언택트’

‘언택트’는 부정 접두사인 ‘언(un)’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엄밀히 말해 콩글리쉬 영어표기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18’ 공동저서에서 사람과의 만남을 대신하는 방식이란 뜻으로 처음 사용했다.

이는 비대면·비접촉 방식을 가리키는 신조어인데,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외출 및 모임 참여 자제,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이를테면 업무는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식사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배달업체 등을 이용하는 것과 같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마주한 친구들과 입으로 대화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 손가락으로 채팅하는 모습은 이미 익숙한 언택트 현상 중 하나다. 스마트기기 채팅문화에서 이미 언택트 산업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언택트 기술 산업은 디지털세상과 정보통신기술(ITC) 발달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G20 정상회담이 화상회의로 이뤄지고 있고 세미나 국내외 출장 대신 사무실에서 인터넷 기반의 웹을 통해 세미나에 참여하는 웨비나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거점병원인 명지병원은 지난 3월 미국 메이오클리닉과 한국의 코로나19 환자 치료 및 대응 노하우를 공유하는 국제 웨비나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5월 20일, 코로나19 사태로 지각 개학한 고교 3학년의 경우 거리두기 일환으로 한 학급을 두 개로 쪼개 한쪽은 교사가 직접 오프라인 수업을 하고 다른 한쪽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같은 내용을 실시간 중계하는 미러링 수업을 실시했다. 등교가 어려운 다른 학년은 화상회의플랫폼인 줌(zoom)을 비롯해 구글·페이스북·MS 등 화상회의프로그램을 활용해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원격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언택트 기술은 재택근무, 온라인교육, 원격진료를 뛰어 넘어 자율주행차·인공지능로봇·드론 등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예컨대 감염의심자 이송이라든지 셧다운 우려가 없는 무인자동화공장,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배송로봇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메가시티의 위험성을 환기하면서 지나친 도시집중과 대중교통 문제, 광장문화 등에 대한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코로나19 신조어에는 ‘포스트 코로나’가 담겨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족이 되다보니 확찐자가 됐습니다. 무기력증과 우울감이 생겨 코로나 블루에 걸린 것 같습니다. 해외유입 확진자가 느는 것을 보면 이시국여행이 말이나 됩니까. 코로노미 쇼크가 큰 데, 코비디어트 처벌수위를 높여야 합니다. 좋아하는 프로야구를 무관중경기로 치르고 있어 직관(직접 관람)대신 집관(집에서 관람)해야 해요”

확찐자는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니(집콕), 활동량이 급감해 '살이 확 찐 자'가 됐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출근 대신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활동량이 줄어들어 단기간에 살이 찐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뜻한다.

코로나19의 비말감염 특성상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집안에서만 머무르려는 집콕족이 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이 급감한 반면 온라인 쇼핑이나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관련 도구들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노미 쇼크는 코로나(코로나19)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뜻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매출 급감, 실업대란, 취약계층들의 생활고가 가중되는 등 경제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민을 상대로 우리의 긴급재난지원금처럼 일정 금액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이 자국민을 상대로 2조3000억 달러의 헬리콥터 머니(대규모 양적완화)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미국인 1인당 1200달러(어린이 500달러)씩 살포했다.

코비디어트는 코로나19의 영어 명칭인 Covid-19의 코비드와 Idiot(바보)를 합친 말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거나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행동 등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정부는 자가격리 수칙을 어긴 사람에게 안심밴드를 착용시키고 있다.

이시국여행은 ‘이런 시국에 여행을 가느냐’는 뜻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여행 자제 분위기가 일고 있음에도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을 간 사람들을 비꼬는 표현이다.

세계 각국이 자국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불허조치와 봉쇄령을 내려 인천공항의 경우 하루 이용객이 25만명에서 3000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공항면세점은 재고가 쌓여 재고면세품의 한시적 일반판매가 허용됐다. 해외여행은 2001년 9·11테러 이후처럼 코로나 이후에도 안전규제조치 강화에 더욱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재택경제는 집에서 인터넷을 활용해 생산·소비되거나 새롭게 창출되는 모든 부가가치 영역을 아우르는 말로,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 수요 또한 늘고 있다. 재택근무와 휴교가 장기화하면서 원격근무, 원격교육 시스템 보급이 급증하고 있다. 웹캠과 관련 스마트기기 판매가 폭증하고 있다.

재택근무로 비좁아진 주거공간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인테리어 수요가 새롭게 늘고 있으며 대형TV·에어컨 설치도 증가하고 있다. 집에서 스포츠 공연 영화 관람이 늘면서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전세계 인구가 국경폐쇄·도시봉쇄와 같은 거리두기에 의해 집에 갇혀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과 스포티파이의 음원 매출이 크게 늘었다. 포장음식과 생필품 온라인 조달이 늘어 아마존 쿠팡 배민 매출도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안전벨트 단단히 매라. 국제정세도 빠르게 바뀐다

올 연초 코로나19가 먼저 발생한 중국의 봉쇄조치로 세계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국제 분업으로 발전해온 글로벌 공급망(가치 사슬)이 붕괴됐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공장 등이 일시 셧다운되기도 했다. 많은 국가들이 공급부족으로 마스크 대란과 휴지사재기 혼란을 겪었다.

세계 각국이 자유이동을 제한하면서 자국 우선주의가 태동하였고 세계화는 反세계화로 급반전했다. 각국은 자국의 해외 기업과 자금이 본국으로 U턴하도록 리쇼어링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코로나가 퍼뜨린 폐쇄주의는 세계무역을 크게 위축시켜 회복불능 상태다. 미중 패권경쟁은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 놓아 과거의 지역주의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脫규제와 ‘작은 정부’는 정부 개입이 다시 늘면서 규제강화와 ‘빅 브라더’로 바뀌었다. 감염병에 대응하려는 각국 정부는 사생활 침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감시·추적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확진자 동선과 위치 추적은 정상적인 방역활동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나아가 진료기록 등 개인 건강정보까지 공공자산으로 활용하려들 것이다. 세계화는 소득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는데, 코로나는 의료소외와 소득격차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불평등과 소외, 소득격차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식량과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가뜩이나 자유무역주의마저 퇴조하면 세계 경제는 성장을 멈추게 된다.

지금의 국제 저금리 기조는 세계경제의 저성장 전망을 선반영한 것이다.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부(富)의 양극화는 더욱 벌어지게 마련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미증유 신종 전염병에 대해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국제공조와 협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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