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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定礎選擧 4.15 총선 분석…세 가지 특징과 향후 전망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04/28 [11:28]

【칼럼】 定礎選擧 4.15 총선 분석…세 가지 특징과 향후 전망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 | 입력 : 2020/04/28 [11:28]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

이번 4.15총선은 미래의 정치적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초선거(定礎選擧, foundation election)의 의미를 갖는다. 일단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질병 사태가 그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2016년 총선 이후 대한민국의 유권자 이념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이어왔다는 점 역시 이번 선거가 정초선거로서의 의미를 갖는 중요한 배경이다.

먼저 2020년 4.15총선이 정초선거의 의미를 갖는 첫 번째 이유는 민주당이라는 진보 성향의 정당이 2016년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4번의 승리를 거머쥐면서 갖게 된 ‘집권 기반의 안정성 확보’를 꼽을 수 있다. 국민이 만들어 준 ‘180석 슈퍼정당의 존재’는 확실한 기축(機軸)이 될 것이다.

임기 중반 60%를 향해 달리는 대통령 지지율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압승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임기말’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은 낮은 대통령 지지율과 야당과 언론의 공격, 차기를 준비하는 당과 대선주자들의 차별화가 접목되면서 대통령의 탈당 등 초라한 퇴장을 반복해 왔다.

이번 선거 역시 문재인정부의 중간 평가적 성격을 갖고 있었고 소득주도 경제성장전략, 부동산정책 등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존재해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이 선거 구도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문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득의양양한 자세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이 외신의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대통령 지지율에 변화가 발생했다. 40%대 중반에 머물러 있던 지지율이 지난 3월을 기점으로 U커브를 그리면서 49%-55%-56%-57%-59%로 상승 흐름을 탔다. 4월 13∼17일에 있었던 2개 기관의 정기조사 결과를 보면 총선 압승에 따른 ‘밴드 웨건(band wagon)효과’가 일부 반영되었을 수 있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60%대 돌파 직전인 58∼59% 수준을 보였으며, 향후 어떤 모멘텀을 갖느냐에 따라 60% 중반대까지의 추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역시 대통령 지지율과 동반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청이 안정된 궤도에서 움직이는 모습은 우리 정치의 그림자였던 ‘임기말 대통령 불행’을 털어내고 새로운 정치 문화 패턴을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지도력’ 부각, 외국의 평가를 통해 국민적 자부심 고취

둘째, 코로나19 선거 정국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국민 정서를 반영했다. 하지만 이런 정서가 그냥 형성된 것은 아니다. 팬데믹(pandemic) 현상으로 발전한 코로나19 정국에 대한 정부 대처에 대해 발병 초기 국내 여론은 51% 수준의 중간적 평가를 보였지만, 신천지 교도인 31번 확진자로 인해 감염이 급속도로 재확산되면서 마스크 대란이 발발하자 부정평가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 질병 대응 경험과 전문화된 매뉴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확진자 이동경로 공개 등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투명하고 강력한 대응은 ‘K-방역’이란 우리만의 독창적 모델로 방역모범국가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이후 각국 정상들의 지원 요청과 외신들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우리나라 위상에 대한 ‘객관적 인지’가 국민들에게 형성되었고 이것이 선거 기간 중 여론 흐름을 여당 지지로 기울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구한말 이후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오랜 기간 주권 국가로서의 설움을 겪었던 역사가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정국은 가슴 저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우리 사회가 이미 사회시스템, 국민적 인식 모든 면에서 글로벌 탑 반열에 서 있음을 자각하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 세대에게는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글로벌 지도력’이 이번 선거처럼 중요 변수가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글로벌 동향에 민감해야 하며, 외신의 보도 방향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정치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을 메시지는 전세계인을 향한 보편타당하고 인류애에 기반한 내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이후 유권자 지형 변화 진행 – 정당일체감 강화 흐름

셋째, 국회 내 소수 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해 양당제 폐해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어렵사리 합의된 준연동형비례대표 제도는‘위성 정당’ 논란으로 얼룩졌다. 다음 선거에서 이 제도가 살아남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하지만 2016년 국민의당이라는 제3정당에 대한 상당한 지지가 있었음에도 왜 우리 정치가 양당제로 고착되는 흐름을 보이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이념 지형으로 볼 때 진보와 중도 전반에 걸친 폭넓은 포지셔닝 구축에 성공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2012년 이후 권리당원 증가 등 지지자들 사이에서 ‘정당 일체감’ 강화 흐름이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2012년 대선 패배는 민주당 지지층의 ‘정당 일체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정당 일체감’은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마음을 의미하는데 이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당 귀속감, 둘째, 쟁점이나 현안에 대한 정당의 태도 셋째, 정당에 소속된 인물에 대한 선호 등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당 일체감을 강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내의 풍부한 대선주자군과 스타급 정치인들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미디어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대중을 향한 이들의 메시지가 확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정당 일체감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대상 연수·교육 프로그램 등 공직 진출에 대한 정당 지원업무를 꾸준히 시스템화하고 정비해온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샤이 보수층의 존재와 잃어버린 고토, 수도권

반면, 미래통합당은 수도권과 304050세대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전략적 마인드가 부재했다. 수도권 정당투표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 771만2531표(54.1%), 통합당 592만4987표(41.4%)로 격차가 13%p(178만7514표)였는데 통합당을 선택한 표심을 막판에 결집시킬 효과적인 메시지 생산에 실패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영입하면서 경제 메시지로 선거분위기를 뒤집어보려 했으나 김대호 후보(관악갑), 차명진 후보(부천소사)의 막말 논란은 지도부를 자중지란에 빠트렸다.

결론적으로 미래통합당은 2017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달라지고 있는 유권자 이념지형변화를 읽는데 실패했다. 선거 전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미래통합당은 20% 초중반을 유지했다. 당내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잡히지 않는‘샤이 보수’ 표심 논쟁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정당투표 득표율을 보면 미래통합당 선택층 외에 10∼13% 정도의 ‘합리적 보수층’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을 ‘샤이 보수층’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들은 보수당 지지와 무당파층을 오가다 표심을 정하는 경향을 갖는 것으로 보이며 보수정당에 대한 선호는 존재하지만 충성도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래통합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스로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선 이들을 확고한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노력과 정성을 기울어야 할 것 같다.

혁신해야 살아남는 소수 정당, 세대교체 흐름 속 민생당 몰락

정의당, 국민의당, 민생당 등 소수 정당의 초라한 성적은 이들의 존립 기반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중과의 끊임없는 소통 속에 부단한 혁신의 길을 걸어야 소수정당의 생존은 보장된다. 정당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성과 유연성에 기반한 ‘몸부림’이 이들 정당의 존재감이다. 그런 점에서 정당투표 득표율 9.67%에 6석을 획득한 정의당의 부진은 아쉬움이 크다. 향후 정의당은 코로나19 이후 달라지는 노동환경과 고용형태 변화를 관찰하면서 당의 미래와 정책을 새롭게 개척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을 이끈 안철수 대표의 대구방문 의료봉사와 땀에 젖은 의사 가운, 마라톤 등은 그동안 안철수 대표가 가졌던 부정적 이미지를 상당히 반감시켜 정계 복귀를 안정적으로 이끌긴 했지만 코로나19 정국하에서 본인의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형성할 변수를 만들지는 못했다. 향후 미래통합당과의 관계 설정과 그 속에서 안철수 대표 본인의 입지 구축과정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민생당의 몰락은 지역주의에만 의존해선 정당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정치학 교과서에 남기는 결과였다. 일각에선 민생당 대신 민주당 후보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준 호남의 선택을 지역주의 복원으로 분석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지역의 오랜 맹주였던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등 정치거물을 새인물, 새로운 세대로 교체하면서 지역 정치에 활력을 주려는 유권자의 선택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향후 정국 전망 : ‘포스트 코로나19’ 혁신정책 추진과 2022년 대선·지선

코로나19 정국은 우리들의 미래를 한치도 예상하기 힘든 길로 걸어가게 하고 있다. 미증유의 세계적 어려움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선제적이고 속도감 있게 빠르며 창의적인 해법 제시가 핵심이다. 일례로 ‘재난기본소득’이란 상상 속 정책이 현실이 되고 있고 ‘헬리콥터 현금’이 국민들의 미래불안 심리를 일시적으로 다독여주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코로나19 해법을 뒷받침 하기 위한 사명을 부여받아 탄생했다. 개헌 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슈퍼 여당 중심의 의회 운영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야당은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에도 골머리가 아픈 역대 최약체라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또한 각당 모두 지도부 교체기를 앞두고 있고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이 빠르게 연동되어 돌아가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환경 요인이다.

다만, 위기 속에 기회 요인을 찾아본다면 ‘K-방역’을 중심으로 전세계가 한국을 코로나 극복 롤 모델로 주목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위기를 기회로 포착해 일자리를 지키는 한국판 뉴딜 정책 제시 등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쉬프트를 선제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관점에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로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에 여야가 어떻게 화답하고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일하는 국회’를 만드느냐가 대선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것이다. 현재의 선거 결과가 여당의 장밋빛 미래를 영원히 보장해 주지 않는다. 야당 역시 패배했더라도 낙심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유권자는 가장 현명한 저울을 통해 ‘선거의 황금비율’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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